두바이유 한달간 107→74불…주유소 휘발유값 2천11원→2천9원
국내 유가 반영까지 최대 3주…환율·최고가격제도 영향
호르무즈 통항료 현실화 땐 국제유가 하락 효과 상쇄 우려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강태우 기자 =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합의로 국제유가가 최근 한 달간 30% 급락했지만 국내 주유소 기름값은 여전히 2천원대에서 요지부동이다.
국제유가 하락분이 국내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3주 가까운 시차가 존재하는 데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료 부과를 검토하고 있어 국내 유가가 전쟁 전으로 돌아가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중동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에 갇혀 있던 한국 선박 중 처음으로 해협을 빠져나온 HMM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유니버설 위너'호가 10일 원유 하역을 위해 울산 앞바다에 도착해 해상원유하역시설인 부이로 접근하고 있다. 2026.6.10 yongtae@yna.co.kr
21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싱가포르 현물시장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5월 20일 배럴당 106.60달러에서 6월 19일 73.61달러로 한 달간 30.9% 급락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중 한때 배럴당 170달러(종가 기준)에 육박했던 유가가 상당 부분 전쟁 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전쟁 발발 직전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70달러 수준이었다.
이에 비해 국내 주유소 휘발유 판매 가격은 5월 셋째주 2천11원에서 6월 셋째 주 2천9원으로 거의 변동이 없었다.
최근 유가 급등을 불러온 중동 전쟁이 사실상 종전 수순을 밟고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되면 국내 주유소 기름값도 궁극적으로 정상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소비자가 체감하는 기름값 안정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정유사의 공급가격에 반영되는 데 약 1주일, 이후 주유소 판매가격에 반영되는 데 추가로 1∼2주가량이 소요된다.
최근 국제 유가가 하락했지만 최종 소비자 가격에는 빨라야 약 3주 뒤인 7월 초∼중순쯤 반영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한 달간 진행된 국제 유가 하락이 국내로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은 정부가 시행한 최고가격제 영향도 상당하다.
국제유가 급등을 그대로 반영했더라면 국내 유가가 더 많이 올랐겠지만 정부가 이를 정책으로 통제해온 만큼 국제유가가 급락한다고 그만큼 급락분이 국내에 반영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제유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국내 유가 안정에도 결국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다만 환율과 국제 석유제품 가격 등 변수가 남아 있어 향후 가격 수준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내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올해 2월 말 중동 전쟁 이후 4월 들어 줄곧 2천원 안팎의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전국 평균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지난 4월 17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후 3년여 만에 2천원 선을 넘어선 바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종전 합의와 최고가격제 종료가 이뤄지더라도 곧바로 전쟁 이전인 올해 1∼2월 수준으로 가격이 돌아가기는 어렵다"며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여전히 높은 데다 세금과 유통 마진이 더해지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가격 인하 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종전 합의 이후에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충돌 등 중동 지역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만큼 국제유가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료 부과 여부도 국내 유가 정상화를 지연시키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원유 도입량의 약 70%가 중동산일 정도로 원유의 중동 의존도가 높아 중동과 호르무즈 해협 등 변수에 민감하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에는 향후 60일간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신청하는 선박에 어떠한 수수료도 부과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이란은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보험 수수료', 즉 일종의 통항료를 받는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수송로로, 통항료가 부과될 경우 원유 운송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통항료가 현실화하면 국제유가 하락 효과도 상쇄할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개방되더라도 원유 운송 비용 부담이 늘면서 다른 원유 도입선과의 가격 차이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 내림세가 둔화할 경우 국내 주유소 기름값의 추가 하락 폭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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