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 인구의 60%에 가까운 47억명(세계은행 2024년)은 도시에 산다. 도시의 변화는, 사람들의 일상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지만 우린 그저 수동적으로 반응한다. 선택하거나 바꿀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그저 받아들여야 하는 것으로 여길 뿐이다. 집이나 사무실처럼 관계성이 뚜렷한 공간과 분명 차이가 있다. 그런 변화를 주도하는 건 통상 정치다. 이번 6·3 지방선거 초기 개관한 지 12년 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해체 공약이 등장한 것도 그런 사례다. 도시 공간은 결국 정치에 깊이 종속돼 있다.
저자는 지난 20년간 서울시의 단 두명의 시장이었던 오세훈과 박원순에 주목했다. 두 시장은 각각 10년 3개월, 8년 9개월씩 재임하며 자신의 이념과 철학에 따라 시정을 펴왔다. 서울의 도시 공간에 가장 큰 결정권을 쥔 시장의 권한은 과연 합리적으로 작동해 왔을까.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한 뒤 미국 뉴욕에서 도시 디자인을 공부한 저자는 2015년부터 10년 동안 서울시에서 임기제 공무원으로 일했다. 특히 2020년 7월 서울시장의 갑작스러운 부재와 시정 교체를 겪으면서 도시 정책의 방향이 급격히 전환되는 과정을 목격했다. 이 책은 그 과정에서 일어난 노들섬과 세운상가의 변화를 나열하고 정리한 결과물이다.
작가의 말처럼, 누가, 왜, 어떤 이유로 도시 공간을 바꾸었는지 묻는 시민이 많아진다면, 정치도 이렇게 손쉽게 도시 공간에 자신의 비전을 각인시키려 들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지방정부의 수장을 뽑는 선거를 앞둔 지금 살펴보고 고민해 볼 만한 책이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