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최초 ‘부커상 국제 부문’ 양솽쯔 ‘쾌거’

소설 ‘1938 타이완 여행기’로 2026년 부커상 국제 부문을 수상한 대만 작가 양솽쯔(왼쪽)와 작품을 영역한 번역가 린 킹. ©David Parry, 부커상 누리집

대만 작가 양솽쯔(42)가 소설 ‘1938 타이완 여행기’(원제 ‘대만만유록’)로 올해 영국 부커상 국제 부문을 수상했다. 중국어 원작 소설로는 최초이자, 대만 작가로도 첫 수상이다.

세계 3대 문학상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부커상 쪽은 19일(현지 시각) “양솽쯔가 대만계 미국인 번역가 린 킹과 함께 2026년 부커상 국제 부문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며 “이 작품은 1930년대 일본 지배를 받던 대만을 여행하는 두 여성의 식도락 여행을 통해 역사, 권력, 계급, 식민주의, 그리고 사랑을 탐구한다”고 소개했다.

이 작품은 지난해 국내에도 번역 소개된 것(김이삭 옮김, 마티스블루)으로 형식이 돋보인다. 일본 여성(치즈코)의 1인칭 소설, 특히 여행에 동행했던 통역사로서 번역가를 꿈꿨던 대만 여성(왕첸허)과의 관계, 대만에 대한 시선과 경험 등이 첸허에 의해 번역되고, 훗날 작중 양솽쯔에 의해 재번역되는 구도다. 두 국가, 두 여성, 사랑와 우정, 과거와 현대 등의 층위가 복합적으로 맞물리며 ‘역사’와 ‘심리’의 주름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이날 런던 미술관 테이트 모던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양솽쯔는 “대만 문학이 100년에 걸쳐 탐구한 것은 대만인의 자유와 평등 추구”라면서 “한명의 대만인이 될 수 있었던 건 행운이며 대만 작가 신분으로 이 자리에 설 수 있는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문학은 대체로 조용하지만 신념이 멀리 확산되는 것을 결코 막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솽쯔는 이 작품으로 2024년 전미도서상 번역 부문을 수상하며 ‘대만 작가 최초’의 기록을 이미 써왔다. ‘역사 백합 소설’(역사와 레즈비언 서사의 결합)을 개척한 양솽쯔는 지난해 6월 한겨레와 가진 국내 첫 인터뷰에서 “전미도서상이 저 개인보다 대만 전체에 끼친 영향이 커 보인다. 대만만의 문학이 존재한다는 인식, 다양한 대만 문학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줬다는 것이다. 대만은 언어도 ‘비주류 중국어’ 아니냐, 우리 스스로도 ‘대만 문학’이 발전하겠냐 해왔었다”고 말한 바 있다. 국제 부커상 수상으로 ‘대만 문학’을 또 한차례 작가가 증거한 셈이다.

작품을 번역한 린 킹도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중국어권 작품을 무작정 번역하지 않고 대만 작품만 번역하기로 결심했다”며 이번 수상이 ‘대만 정체성’의 성과임을 강조했다.

양솽쯔와 린 킹은 상금 5만파운드(1억원가량)를 절반씩 나눠 갖는다. 양솽쯔는 이달말 두번째 방한하여 한국 독자들과 만날 계획이다. 다음달 1일 국내 기자간담회도 예정되어 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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