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의회의 명시적 승인을 받지 않은 채 이란에 대한 군사 작전을 계속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결의안이 마침내 상원 예비 투표 문턱을 넘는 데 성공했다.
19일(현지시각) 미국 상원은 본회의에 ‘전쟁 반대 결의안’을 상정하기 위한 절차 표결을 실시해, 찬성 50표, 반대 47표로 안건을 통과시켰다. 8번째 시도 만에 처음이다. 지금껏 번번이 공화당 의원들의 저지에 무산됐는데, 랜드 폴, 리사 머카우스키, 수전 콜린스, 빌 캐시디 등 공화당 의원 4명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이런 일이 가능해졌다.
특히 트럼프의 눈 밖에 나면서 루이지애나주 재선 도전에 실패한 캐시디 의원의 이탈이 눈길을 끌었다. 캐시디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치러진 지난 17일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가 지지한 경쟁 후보에게 패배한 직후 이번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그는 “루이지애나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조차 이란 전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백악관과 국방부가 이란 전쟁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백악관에 반기를 든 이번 표결이 이란 전쟁을 둘러싼 공화당 내 분열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짚었다. 미 전쟁권한법은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 없이는 60일을 넘기는 군사 작전을 진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지난 1일 이미 이 시한을 넘겼다. 워싱턴포스트는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공화당 의원들의 불만과 우려가 커져가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18일) ‘이란 공격 1시간 전 멈췄다’며 이란에 최후통첩을 한 것도 불안을 키웠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표결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장전된 총을 갖고 노는 어린이와 같다. 지금이 저지해야 할 때”라며 의원들을 설득했다.
다만 이번 절차 표결은 6월 초로 예상되는 본회의 투표를 위한 예비 절차일 뿐이다. 만약 본회의 표결 때, 이번에 예비 투표에 기권했던 공화당 의원 3명이 반대표를 던지기로 결심하면 50 대 50으로 부결된다. 상원을 통과해도 넘어야 할 산이 남았다. 하원을 통과해야 하는데, 지난 14일 하원에선 비슷한 결의안이 부결된 바 있다. 상·하원 모두에서 결의안이 통과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민주당의 팀 케인 상원의원은 ‘전쟁 반대 결의안’ 통과 시도 자체에 의미가 있다며 “결의안만으로 전쟁을 끝낼 순 없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찬성) 표가 하나씩 추가될 때마다 미국 대중이 얼마나 이 전쟁을 싫어하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