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페이와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등 카카오 그룹 계열사 4곳의 파업 찬반 투표가 가결됐다. 카카오 본사를 제외한 계열사들이 노동위원회 조정 중지로 쟁의권을 확보한 후 파업 투표까지 통과하면서 카카오 그룹의 노사 갈등이 실제 파업 국면으로 번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미 파업 투표를 통과한 계열사 4곳과 함께 본사까지 카카오 그룹 차원의 공동 단체행동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촌각을 다투는 글로벌 인공지능(AI) 경쟁에서 카카오의 시계가 멈춰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는 20일 오전 11시께 카카오페이와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4개 법인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파업 찬반투표 결과 모두 찬성으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날 낮 12시 경기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열린 카카오 노조 결의대회에서 투표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앞서 카카오 노사는 7일 카카오와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5개 법인의 임금교섭 결렬을 이유로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한 바 있다. 이중에서 카카오 본사를 제외한 계열사 4곳은 조정 중지 결정으로 쟁의권을 확보했다. 여기에 파업 찬반 투표까지 가결되면서 합법적인 파업 절차를 사실상 마친 상태다.
카카오 본사의 경우에는 18일 경기지노위 조정에서 노사 합의로 조정 기일을 연장했다. 본사 노사는 27일 오후 3시 2차 조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만일 27일 조정에서도 합의가 불발되면 카카오 본사 노조 역시 쟁의권 확보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노사의 줄다리기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노조의 행동 자체는 헌법이 보장한 당연한 권리지만 AI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대전환기에 독자 기술이 부족한 카카오의 공격적인 미래 투자 동력을 꺾어버리는 것은 염려된다는 설명이다.
최병호 고려대학교 휴먼인스파이어드 교수는 “노조가 운동하는 것은 헌법 정신으로 당연하지만 카카오는 국내 메신저 시장을 장악했지만 독자 기술이 없는 상황에서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며 “지금의 상황에서는 노사가 모두 다음의 ‘라이프사이클’에서 어떻게 넘어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호주머니 챙기기가 아닌 진정한 이윤 배분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갈등이 보상 체계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노조가 지난해 카카오 영업이익의 13~15%에 달하는 성과급을 요구하면서 임금협약이 결렬됐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다만 노조는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보상하는 안은 교섭 과정에서 오간 여러 검토안 중 하나일 뿐”이라며 “교섭 결렬의 핵심 원인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성과급 인상뿐만 아니라 구조조정 여파를 겪은 계열사들의 고용 안정과 공동체 전반의 정상화가 이번 투쟁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번 만큼 성과급을 달라’는 계산기가 카카오의 성장 동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AX 경쟁력을 빠르게 키워야 할 시점에 ‘이익 공유’가 새로운 성과급 기준으로 자리잡을 경우 AI 투자 확대 국면과 맞물리며 기업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카카오는 최근 전사 역량을 AI 서비스 고도화에 집중하며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거대한 자본력을 가진 글로벌 빅테크와의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싸움에서 밀리자 대중적인 서비스에 AI를 발 빠르게 입히는 전략으로 선회한 시점에서 조직 전체가 원팀으로 움직여도 모자랄 판에 사상 초유의 파업 위기로 동력을 잃는다면 또다시 뒤처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