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 개시 첫날 17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란 미나브 지역의 초등학교 폭격과 관련해 브래드 쿠퍼 미국 중부사령관이 “(학교가) 이란 혁명수비대 순항 미사일 기지 내에 있었다”고 밝혔다. 이란은 “충격적인 거짓말”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19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쿠퍼 사령관은 이날 미 하원 군사위원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미나브 초등학교 폭격’과 관련해 미국의 책임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인정할 것을 압박하자 “일반적인 공격보다 훨씬 복잡한 상황”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앞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공습 첫날인 지난 2월28일 미나브 지역의 한 초등학교가 폭격당했고, 이란 당국은 이 사고로 어린이와 교사 등 170여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당시 로이터 통신은 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 공격에 미군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폭격 직후 뉴욕타임스는 위성사진 업체 플래닛 랩스의 자료 등을 확인해 2013년 위성 사진에선 이 학교가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기지의 일부로 활용돼왔고 이곳들을 연결하는 도로도 있었으나, 2016년 9월 사진부터는 울타리로 분리되고 기지와의 연결도로도 끊겨있다고 분석했다. 이후 이 부지에 운동장과 오락 시설들이 들어서고 학교 건물로 활용된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이 학교가 ‘표적 오인’으로 공격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후 미군 예비조사에서도 국방정보국(DIA)이 제공한 오래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미 중부사령부의 공격 좌표에 과거 해군기지 부지에 학교가 세워진 사실이 반영되지 않아 발생한 표적 설정 오류라는 결과가 나왔다. 미나브 초등학교 쪽에 떨어진 미사일 잔해에서 ‘미국산’이라는 표기와 미국 방산업체 이름이 확인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아직 미군이 폭격 주체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쿠퍼 사령관은 “조사 진행 시기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조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공언한 만큼 미군은 어떤 형식으로든 조사 결과를 발표할 전망이다. 유엔인권이사회(HRC)도 자체 공식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에 쿠퍼 사령관의 이날 발언은 ‘오폭’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위한 포석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종 확인될 경우 이 사건은 중동지역에서 미군의 폭격에 따른 최대 규모의 민간인 참사 중 하나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20일 소셜미디어 엑스(X)에 “미나브 초등학교가 ‘미사일 발사 시설’ 내부에 있었다는 (미군의) 주장은 근거 없는 조작이며 충격적인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170명이 넘는 학생들과 교사들이 희생된 이 사건을 은폐하려는 시도”라며 “수업 중인 교육기관을 공격한 것은 국제법 위반이며 명백한 전쟁범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참혹한 공격을 명령하고 실행한 군 지휘관들과 미 당국은 국제법에 따라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