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숙인 ‘노무현 전 대통령 모욕’ 래퍼 “깊이 반성”

19일 래퍼 리치 이기가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을 방문해 사과문을 전달하는 모습. 조수진 노무현재단 이사 페이스북 갈무리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모욕이 담긴 가사로 논란이 된 래퍼 리치 이기(Rich Iggy·이민서)가 노 전 대통령 서거 17주기에 열려던 공연이 취소된 가운데, 리치 이기가 노무현 재단을 찾아 고개를 숙이며 자필 사과문을 전달했다. 리치 이기는 노 전 대통령 모욕이 “유명세를 위한 것”이었다며 “앞으로 절대 고인을 비하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리치 이기는 1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오늘 노무현센터를 방문해 사과문을 전달드렸다”며 자필 사과문을 공개했다. 리치 이기는 “데뷔 초부터 최근까지 저의 음악과 가사를 통해 고인을 조롱하고 비하하는, 대중들과 관련 유가족분들이 보시기에 눈살이 찌푸려질 만한 언행을 단지 유명세를 위해서 일삼아왔다”며 “저로 인하여 많은 어린 친구들과 대중이 영향을 받았음에 저 또한 저의 행실과 부주의를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리치 이기는 “앞으로는 절대 고인을 조롱하고 비하하는, 또는 이를 희화화하거나 잘못된 방향으로의 언급을 하지 않겠음을 약속드린다”며 “다시 한번 재단 측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님의 유가족분들께도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을 전한다.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조수진 노무현재단 이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리치 이기가 고개를 숙이며 재단 쪽에 사과문을 전달하는 사진을 올리며 “숙인 저 머리가 진정인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조 이사는 “만약 앞으로 노무현 대통령 혐오 표현·아동성애·여성혐오를 담은 자신의 곡들을 계속 부를 경우, 곡 자체의 금지 소송, 활동명 사용금지 소송 및 곡 발표에 따른 추가 손해배상 소송에 들어가겠다”고 경고했다.

19일 래퍼 리치 이기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자필 사과문. 리치 이기 인스타그램 갈무리

리치 이기와 함께 공연을 하기로 했던 래퍼들도 잇따라 사과문을 올렸다. 팔로알토는 이날 인스타그램에 “음악적 교류의 의미로 그(리치 이기)의 작업에 참여하고 방송에 초대해 왔지만, 그 과정에서 표현의 문제성과 그것이 누군가에게 어떤 상처가 될 수 있는지 충분히 생각하지 못했다. 저의 판단이 부족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저의 부족한 인식과 무지로 인해 불편함과 실망을 느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딥플로우도 이날 인스타그램에서 “자초지종을 늦게 파악했는데 저도 상식선에서 몹시 화가 나고 황당하다”며 “(리치 이기와 관련된 논란을) 몰랐더라도 프로로서 또 업계의 고참으로서 제 나이브함에 책임을 크게 느낀다. 그동안 무분별한 협업을 참 많이 해왔는데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부디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2024년 데뷔한 래퍼 리치 이기는 노 전 대통령 서거를 조롱하거나 아동 대상 성범죄를 연상시키는 가사를 쓰는 등의 행보를 이어왔다. 리치 이기의 이번 공연은 노 전 대통령 서거 17주기인 23일 오후 5시23분 열릴 예정이었고, 공연 티켓 가격이 5만2300원으로 책정되는 등 공연 날짜와 시간, 가격 모두 노 전 대통령 서거일을 연상시켜 논란이 됐다.

노무현재단 쪽이 법적 대응을 시사하자 공연장과 공연기획사 쪽은 공연을 취소하고 노 전 대통령 유가족과 재단 관계자들에게 사과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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