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는 4기 폐암 환자에게 미래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직장 복귀나 육아 계획까지 이야기할 수 있는 환자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홍숙희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최근 본지와 만나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NSCLC) 치료 목표가 생존 기간 연장을 넘어 환자가 자신의 삶을 유지하고 계획할 수 있는 단계로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도입 10주년을 맞은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는 이러한 변화를 이끈 대표 치료제로 꼽힌다. 과거에는 1·2세대 EGFR 티로신키나아제억제제(EGFR-TKI)를 사용하다 질환이 진행되면 내성 변이를 확인한 뒤 3세대 치료제로 전환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1차 치료부터 수술 후 보조요법, 항암화학 병용요법까지 적용 범위가 확대되며 치료 패러다임 자체가 달라졌다.
홍 교수는 특히 중추신경계(CNS) 전이 관리 측면에서 치료 변화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EGFR 변이 폐암은 뇌전이가 흔한 암종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에는 뇌 병변 진행 자체가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큰 부담이었다. 그는 “예전에는 뇌전이가 확인되면 환자와 보호자 불안이 매우 컸다”며 “하지만 지금은 증상이 없는 작은 뇌전이의 경우 별도 국소치료 없이도 타그리소만으로 장기간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타그리소가 초기부터 전이 단계까지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는 점도 의미 있는 변화로 꼽았다. 홍 교수는 “수술 후 보조요법은 이미 영상학적으로 암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재발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치료인 만큼 효과뿐만 아니라 안전성이 매우 중요하다”며 “타그리소가 초기 병기 보조요법까지 사용된다는 것은 의료진 입장에서 그만큼 안전성과 치료 경험에 대한 신뢰가 축적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진행성 단계에서 효과가 있더라도 초기 재발 방지 목적으로는 사용하기 어려운 약제들이 적지 않다”며 “타그리소는 수술 후 보조요법부터 전이성 단계까지 EGFR 변이 폐암 치료 전반에서 일종의 ‘백본(backbone)’ 치료제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치료 목표 역시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질병 진행 시점과 생존 기간 자체가 가장 중요한 지표였다면 최근에는 환자가 얼마나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치료 가치로 떠오르고 있다. 홍 교수는 “30~40대 젊은 환자들은 직장 생활과 육아, 경제 활동을 계속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질환이 언제 악화할지 모른다는 불안이 줄어들면서 환자들이 자신의 미래를 다시 계획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임신 중 폐암을 진단받고 장기간 치료를 이어가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홍 교수는 “당시 태어났던 아이가 현재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환자가 아이 일정에 맞춰 외래 날짜를 조정하는 모습을 보면 치료가 실제 삶을 이어가게 해준다는 점을 실감하게 된다”고 소개했다.
다만 홍 교수는 건강보험 보장성은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타그리소 수술 후 보조요법은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고 있으며 병용요법 역시 부분 급여에 머물러 있다. 홍 교수는 “효과가 좋은 치료제가 있어도 비용 부담 때문에 쉽게 권하지 못했던 경우가 많았다”고 아쉬워했다.
끝으로 홍 교수는 “암 진단 이후에도 환자들이 치료에만 매몰되기보다 자신의 삶과 미래를 함께 바라볼 수 있었으면 한다”며 “타그리소 치료는 환자들이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직장 생활을 이어가며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