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삼성전자 노사가 14시간을 넘는 릴레이 협상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한 건 세부 요건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시적인 성과급 지급 대폭 확대’라는 큰 방향에는 의견을 모았지만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20일에도 노사가 협상 테이블에 앉는 만큼, 파업 예고일(21일)을 하루 앞두고 대타협이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정부 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 열린 2차 사후조정 회의에 참석했다. 박수근 중노위원장은 이날 저녁 7시를 협상 시한으로 못 박았지만 노사 양쪽은 자정을 넘기도록 결론을 내지 못했다. 중노위가 0시를 넘긴 시각에 “20일 오전 10시부터 3차 사후조정 회의를 속개할 예정”이라고 밝힌 이유다. 조정을 맡은 박 위원장은 “노사가 한 가지 쟁점에 대해서 일치하지 못했다”며 “대부분 정립됐고 하나가 정리가 안 돼서 사용자 쪽이 최종적으로 입장을 정리해서 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성과급 제도화를 놓고 수정안을 제시하며 접점을 찾아갔다. 노조는 부문별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하고, 개인 연봉의 50%까지인 기존 성과급 상한을 폐지하는 내용의 제도화를 요구했다. 반면 사쪽은 영업이익의 10% 이상의 재원을 토대로 반도체 부문 직원들에게 업계 최고 수준의 ‘특별 성과급’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핵심 쟁점인 새 성과급 기준 제도화를 두고는 사쪽이 ‘3년 한시적 적용’을 제안하는 등 한발 물러섰다.
각 사업 부문 내 성과급 배분 방식도 주요 쟁점이었다. 노조는 반도체 부문(DS) 성과급 재원의 70%를 전체에 배분한 뒤, 30%를 사업 부문별 실적에 따라 나누자고 요구했다. 하지만 회사 쪽은 적자를 내는 비메모리 사업부인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및 시스템엘에스아이(LSI) 사업부에 많은 성과급을 주는 건 성과주의에 역행한다며 전체 배분율을 낮추자고 했다. 사쪽은 성과급 배분 비율을 반도체 부문 전체 60%, 각 사업부 40%로 하자고 맞섰다.
이날 노사는 직원 성과급 재원으로 사용하는 연간 영업이익의 비율을 어떻게 정할지와 개인별 성과급 상한을 한시적으로 없애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부문 내 성과급 재원 배분 비율도 핵심 쟁점 중 하나로 논의됐다. 또 회사 쪽이 기존에 성과급 지급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던 “반도체 부문 연간 영업이익 200조원 이상 달성”, “국내 업계 매출액 및 영업이익 1위 달성” 등도 협상 테이블에 올랐다. 앞서 노조 쪽은 지난 15일 삼성전자 경영진과의 면담에서도 이같은 성과급 지급의 조건을 없애면 합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협상이 일부 진전을 보인 것은 이재명 대통령까지 협상 타결을 압박하는 등 정부가 삼성전자 노사 문제에 이례적으로 팔을 걷어붙이면서 사쪽이 사실상 코너에 몰렸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회사의 노사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외부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이며 결국 노조 쪽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면서 협상 타결 쪽으로 내몰렸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을 협상 현장에 보내며 개입을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가 오는 21일 파업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20일에 열리는 3차 조정은 사실상 마지막 협상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노사 협상을 이끄는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에 공문을 보내 “파업 기간 중 안전 업무 2396명, 보안 작업 4691명 등 모두 7087명이 정상 출근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이는 전날 수원지법이 회사가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한 데 따른 조처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권효중 기자 harr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