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란영양은 한때 남아프리카에 널리 서식했던 대형 포유류다. 어깨 높이가 1m, 몸길이가 3m에 달하는 큰 몸집에 50㎝에 이르는 긴 2개의 뿔을 지닌 이 동물은 특히 청회색 털이 아름다워, 이들이 달릴 때면 옅은 푸른 하늘이 질주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신비한 털과 가죽은 곧 사냥의 대상이 됐다. 1650년 유럽 식민 개척자들이 케이프타운에 정착한 지 불과 150년 만에 멸종했다.
최근 미국 생명공학기업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이하 콜로설)가 220년 전 멸종한 파란영양을 ‘복원’ 중이라고 밝혔다. 스스로를 “세계 최초 멸종생물복원 회사”라 주장하는 이 기업은 2021년 창업 이후 털매머드, 도도새, 태즈메이니아주머니늑대, 모아새 그리고 다이어울프(Dire wolf) 복원을 목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그야말로 세계 각 대륙(북극·아프리카·오세아니아·아메리카)을 대표하는 ‘멸종의 얼굴들’을 재소환하고 있다.
과연 털매머드가 다시 시베리아를 누비고, 다이어울프가 북미 숲을 달리는 일이 가능할까. 지난해 초 잇따라 ‘성과’가 발표됐다. 매머드의 황갈색 털을 지닌 ‘털북숭이 생쥐’가 공개된 데 이어 미국 판타지 드라마 ‘왕좌의 게임’ 속 다이어울프를 쏙 빼닮은 새끼 늑대 3마리의 탄생 소식도 전해졌다. 이름마저 로마 건국신화의 쌍둥이 형제(로물루스·레무스)와 드라마 캐릭터(칼리시)를 딴 ‘다이어울프 새끼들’은 멸종 종 부활에 대한 환상을 한껏 부추겼다.
보전·생태학계의 반응은 싸늘했다. 콜로설은 ‘멸종 복원’(De-extinction)이란 말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유전자 20개를 편집해 흰 털, 큰 체구, 강한 턱 힘을 지닌 회색늑대를 복제해낸 것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전문가 그룹은 “다이어울프를 닮은 늑대 3마리를 만드는 것은 기술적 역량은 보여줄 수 있지만, 보전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비판 의견을 내놨다. 이렇게 태어난 다이어울프들이 평생을 거대한 울타리 안에 갇혀 살게 된다는 것 또한 이 프로젝트의 의미를 되묻게 한다.
4월 초 대전오월드 동물원을 탈출해 열흘 만에 포획된 늑대 ‘늑구’ 또한 멸종위기종 복원을 명목으로 태어났다.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는 야생동물이란 점은 다이어울프나 늑구나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파란영양이 아프리카 초원에 돌아올 수 있다는 상상은 황홀하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되돌아온 이들을 제대로 품을 준비가 되어 있을까.
김지숙 지구환경부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