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해상풍력 1위 기업인 덴마크 외르스테드(Ørsted)와 폴란드 국영전력공사(PGE)가 추진하는 대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두고, 국내 전선업계 선두 주자들의 수조 원대 해저케이블 수주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LS전선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외르스테드와의 견고한 장기 공급 파트너십을 재입증함으로써 유럽 시장 내 지위를 공고히 다지겠다는 구상이다.
대한전선은 그간 인프라 투자에 따른 비용 부담을 상쇄하는 동시에 글로벌 메이저 무대에 안착하기 위해 유의미한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19일 전력산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외르스테드와 PGE는 지난 11일(현지시각) 발트해 폴란드 해역에서 ‘발티카 2(Baltica 2)’ 해상풍력발전소의 본격적인 해상 건설 공사를 시작하고 첫 번째 기초 구조물(모노파일) 설치를 완료했다.
앞선 단계인 발티카 2호의 대규모 해상 공사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후속 단계이자 국내 전선업계가 눈독을 들이고 있는 발티카 3호(Baltica 3)의 해저케이블 발주 시계도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발티카 2호가 내년 완공 및 상업 운전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발티카 3호의 전력망 인프라 및 핵심 기자재 입찰 역시 향후 전체적인 공사 일정을 고려할 때 이르면 올해 하반기에서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에는 막을 올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업계 내에서는 1GW(기가와트) 규모인 발티카 3호의 총사업비를 6조원 안팎으로 추산 중이다.
통상 해상풍력 단지 구축 비용 중 전력망 인프라가 차지하는 예산 비율이 15%에서 20% 수준임을 감안할 때, 이번 케이블 분야의 발주 규모는 약 1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본다.
그동안 외르스테드가 발주한 영국 혼시(Hornsea), 대만 창화(Greater Changhua) 등 글로벌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잇달아 따내며 존재감을 키워온 LS전선은 외르스테드와의 기존 협력 관계를 무기로 유럽 내 기득권을 지켜내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지난 2023년 발티카 2호 입찰 당시, 그리스 헬레닉 케이블 등 유럽 현지 기업의 공세와 중국의 가성비 전략에 밀려 수주를 놓친 바 있다.
이번 후속 입찰에서는 그간의 생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완공한 강원 동해 해저 5공장 등을 앞세워 실제 수주 가능성을 한층 높일 것으로 관측된다.
구본규 LS전선 대표는 지난해 4월 북미 최대 해상풍력 콘퍼런스 기조 대담에서 외르스테드 등 글로벌 리더들과 구축한 장기적 협력 관계의 가치를 강조한 바 있다.
해상풍력 사업이 수십 년간 이어질 핵심 성장 동력이라는 판단 아래, 대형 프로젝트 수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동맹 강화 행보를 지속 중이다.
대한전선으로서는 이번 수주전 참여가 글로벌 메이저 무대 안착을 위한 데뷔전 격이다.
대한전선은 송종민 부회장 체제 하에서 해저케이블 생산부터 시공까지의 핵심 인프라를 빠르게 고도화해 왔다
지난해 6월 당진 해저케이블 1공장을 완공해 정상 가동 중이며, 지난달에는 1만 톤급 대형 포설선 스칸디 커넥터(Skandi Connector)호까지 인수(8월 인도 예정)하며 시공 내재화를 마쳤다.
해저케이블은 특수 선박인 포설선을 통해 바다 밑바닥에 정밀하게 매설하는 시공 과정이 필수다.
경쟁사인 LS전선이 자회사를 통해 대형 포설선단을 가동하며 완전한 수직계열화를 선제적으로 구축해 놓은 것과 달리, 대한전선은 후발주자로서 공백이 있었다.
그러나 자체 선단(팔로스호·스칸디 커넥터호)을 잇따라 확보하면서 생산부터 바다 위 설치까지 한 번에 해결하는 일괄수주(Turn-key) 역량을 완비하고 본격적인 추격에 나선 모습이다.
앞서 발주된 1·2호 사업에 이어 이번 후속 프로젝트 역시 외르스테드와 폴란드 PGE가 지분을 절반씩 보유한 공동 합작법인이 발주를 주도한다.
이에 따라 현지 공급망을 선점 중인 유럽 전선 기업들과의 치열한 수주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이러한 50대 50의 지분 구도는 지난 2023년 LS전선이 수주를 놓친 결정적 배경으로도 거론된다.
LS전선은 이미 지난 2020년 외르스테드 측과 향후 5년간 초고압 해저케이블 우선공급권을 보장하는 장기 계약을 체결했었음에도, 당시 공동 발주처인 PGE의 영향력과 자국 산업 보호 요구를 넘어서지 못했다는 평가다.
국내 전력케이블 업계 한 관계자는 “LS전선과 대한전선 모두 유럽 메이저들과 겨룰 만한 물리적 인프라 보완은 마쳤으나, 수주에 한 발 더 다가가려면 폴란드 현지 부품과 인력 활용 방안을 선제적으로 제시하고 압도적인 납기 신뢰성을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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