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6년 5월19일 서울 종로구 청진동의 옥탑방에서 닻을 올린 출판사 민음사가 창립 60돌을 맞았다. ‘백성의 올곧은 소리를 담는다’는 뜻을 표방한 민음사는 60년이 흐른 지금 사이언스북스, 비룡소, 황금가지 등 9개 브랜드를 거느린 종합 출판 기업으로 성장했다.
서울대 불문과 출신 문학청년 박맹호(1933~2017) 회장이 설립한 민음사는 1970년대에 시작한 ‘세계시인선’과 ‘오늘의 시인총서’ ‘오늘의 작가총서’ 같은 문학 단행본 시리즈를 통해 한국 문학 단행본 출판의 새로운 흐름을 이끌었다. 국판 30절 판형에 가로쓰기를 처음 도입한 시집들은 오늘날 대부분의 출판사들이 펴내는 시집 판형의 기준이 되었다. ‘세계시인선’은 일어판 중역이 아닌 원문 번역과 깊이 있는 해설로써 한국 시단에 자극을 주었고, 김수영의 ‘거대한 뿌리’를 필두로 ‘삼남에 내리는 눈’(황동규), ‘고통의 축제’(정현종), ‘풀잎’(강은교) 등으로 문을 연 ‘오늘의 시인총서’는 현재 ‘민음의 시’ 시리즈로 이어지고 있다.

1976년에 창간한 계간 문예지 ‘세계의 문학’은 ‘창작과 비평’과 ‘문학과 지성’으로 양분되어 있던 문예지 시장에 제3의 강력한 목소리를 보탰다. 1977년에 제정한 ‘오늘의 작가상’은 ‘부초’(한수산), ‘머나먼 쏭바강’(박영한), ‘사람의 아들’(이문열)을 1~3회 수상작으로 내며 문학성과 상업성을 겸비한 젊은 장편소설의 시대를 열었다. 그 기조는 2010년대에 새로 출범시킨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이어져 ‘82년생 김지영’(조남주), ‘한국이 싫어서’(장강명), ‘딸에 대하여’(김혜진) 같은 문제작을 낳았다. 1998년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를 첫권으로 내며 출범한 ‘세계문학전집’ 시리즈 역시 세계문학전집 출판 시장을 선도하며 문학동네와 창비 같은 후발 주자들을 이끌었다.
민음사는 또 ‘이데아 총서’와 ‘현대사상의 모험’을 비롯한 학술 총서를 통해 미셸 푸코, 질 들뢰즈, 마셜 매클루언 같은 세계의 지성을 국내에 소개했다. 이와 함께 어린이 전문 비룡소, 과학 전문 사이언스북스, 에스에프(SF)와 판타지 등 장르문학 전문 황금가지 등 분야를 특화한 브랜드를 잇따라 출범시키며 종합 출판 그룹으로서의 면모를 갖추었다.

최근 민음사는 47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거느린 유튜브 채널 ‘민음사티브이(TV)’와 ‘민음북클럽’ 등을 통해 젊은 독자들과 소통하며 일종의 팬덤 문화 역시 구축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2025년 출판시장 통계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민음사의 매출은 206억1200만원, 영업이익은 41억7700만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3.8%, 72.7% 급증했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작품을 낸 매출 1위 문학동네와 매출 2위 창비의 실적이 크게 준 반면, 한강의 책을 지니고 있지 않은 민음사의 성장세가 두드러져 출판계에서 크게 화제가 되었다.
여러 긍정적 지표 속에 이순을 맞은 민음사는 그러나 기념식이나 기자간담회 같은 별도의 행사를 치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다음달 출간 예정인 세계문학전집 통권 500권을 기념해 세계문학전집의 역사를 담은 브랜드북을 내는 것으로 60살 생일과 500권 돌파를 자축하기로 했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