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셈블리 홀' 안무가 파이트 "평범한 공간의 갈등과 연대 담아"

대사를 박자 삼아 춤추는 '언어의 안무화'…"관객과의 소통 강화"

"함께 경험하는 예술은 큰 울림이자 저항"…내달 5∼7일 첫 내한공연

크리스털 파이트
[LG아트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어셈블리 홀'은 수많은 집회와 의식, 삶의 의례가 이뤄지는 장소죠. 이 평범한 공동체에 일어나는 소소한 갈등과 연대를 담았습니다."

대표작 '어셈블리 홀'(Assembly Hall)을 들고 처음 한국을 방문하는 캐나다 안무가 크리스털 파이트는 18일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작품의 제목이자 배경의 의미를 '갈등과 연대'라고 정의했다.

'어셈블리 홀'은 북미 지역에서 마을회관을 뜻하는 말로, 학예회나 동호회 모임 등 평범한 주민들의 삶이 교차하는 장소다. 작품은 이곳을 배경으로 중세 재현 축제를 열어온 동호회가 존폐의 기로에 놓이며 겪는 갈등과 신비로운 경험을 춤사위로 풀어냈다.

파이트는 마을회관과 동호회라는 소재를 선택한 것은 '공동체와 연대'라는 주제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라며 "이 작품은 연대와 그 반대편에 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밝혔다.

그는 "인간이 공동체에 대한 이상을 담아내기 위해 구축해온 규칙과 민주주의 같은 것들이 얼마나 필요하면서, 동시에 붕괴하기 쉬운지를 그리고 있다"며 "인간이 연결과 일체감을 갈망하면서도 왜 그것을 지속하기가 어려운지, 어떻게 공동체 연대를 유지할 수 있는지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어셈블리 홀' 공연 장면
[LG아트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작품의 가장 큰 형식적 특징은 '대사'가 있는 무용이라는 것이다.

작가 조너선 영이 극본 작업에 참여했으며, 무용수들은 녹음된 대사를 리듬 삼아 대사의 속도와 억양, 호흡을 정교하게 몸으로 구현해 기묘하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무대를 창조한다.

파이트는 이러한 독특한 형식을 활용한 이유로 "관객과의 소통 강화"를 꼽았다. 그는 "언어(대사) 덕분에 제가 다루고자 하는 것을 더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었고 관객들이 내용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또한 "언어는 우리의 움직임 자체를 다르게 만들고 관객의 보는 방식까지 변화시킨다"며 "덕분에 작품은 더 깊은 층위를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녹음된 대사가 흘러나오면 무대 위 무용수들은 이 대사를 박자 삼아 춤을 추기 시작한다. '언어의 안무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움직임을 통해 대사의 망설임까지 몸으로 정밀하게 구현한다. 파이트는 이를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라고 표현한다.

그는 "우리가 서로 협력하고 관객과 함께 호흡하며 움직임을 통해 '살아 있음'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은 공동체가 만들어내는 하나의 시적 행위"라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은 특히 그가 20년 넘게 직접 이끌어온 무용단 '키드 피벗'(Kidd Pivot)과 함께하는 공연이라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된다.

파이트는 "키드 피벗과 만드는 작품은 다른 무용단에서 선보이는 작업보다 훨씬 복합적인 구조를 지니는 경우가 많고, 투어가 진행되는 시간이 쌓이며 더 진화하기도 한다"며 무용단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어셈블리 홀' 공연 장면
[LG아트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끝으로 그는 처음 만나는 한국 관객들에게 "많은 것들이 우리를 서로 고립시키는 가운데 사람들이 모여 함께 예술을 경험한다는 것이 큰 울림, 하나의 저항으로 느껴진다"며 "그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싶다. 우리가 전하는 작품이 사랑과 희망을 담아 건네는 것이라는 점을 느껴 달라"고 전했다.

파이트의 최신작으로 지난해 영국 올리비에상 최우수 무용작품상을 받은 '어셈블리 홀'은 다음 달 5∼7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fat@yna.co.kr

조회 16 스크랩 0 공유 0
댓글 0
댓글 정렬 옵션 선택
댓글이 없습니다.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