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평화적 두국가’ 규정한 통일백서 냈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광주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제46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북을 ‘사실상 두 국가’로 규정하며 적대가 아닌 ‘평화공존’ 정책 추구를 명시한 이재명 정부 첫 통일백서가 나왔다. 북한이 최근 남북을 사실상의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기정사실화한 것을 현실로 인정하고, 그 바탕에서 상호 존중과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백서는 9·19 남북 군사합의 복원도 중점 과제로 꼽았다. 통일부는 18일 ‘2025 한반도 평화공존의 기록들’이란 부제가 달린 2026년 통일백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지난해 6월 이재명 정부 출범 당시 완전한 단절 상태에 놓였던 남북 관계를 극복하고, 적대와 대결을 평화공존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해온 점을 강조하고, 정책 방향 전환의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백서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관계’ 주장에 대해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적 두 국가 관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담았다. 사실상 남북이 ‘두 국가’로 존재하는 현실을 고려해 남북을 통일을 지향하면서 평화롭게 공존하는 관계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3월 헌법을 개정하면서 영토 조항을 신설하고, 남한을 ‘대한민국’으로 명시하면서 남북을 ‘두 국가’ 관계로 명문화했다. 다만 헌법에 남한을 적대시하는 문구는 담지 않았다. 정부는 이런 현실을 반영해 ‘평화적 두 국가 관계’를 명시했고, 이는 1991년 남북기본합의에 따른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 관계’라는 기존 남북 관계 규정과도 배치되지 않는다고 봤다. 백서는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이래 역대 정부가 35년 동안 추진한 평화공존 정책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명시했다. 백서는 평화적 두 국가 관계 형성을 위해 △북한 체제 존중 △흡수통일 불추구 △적대행위 불추진 등의 3원칙도 제시했다.

이는 ‘담대한 구상’ 등에서 자유와 통일을 앞세우며 북한 정권을 압박하고 핵 억제를 강조했던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과는 완전히 바뀐 것이다. 지난해 5월 발간된 윤석열 정부의 2025년 통일백서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관계 규정을 비판하며 한국이 주도하는 통일 비전에 방점을 뒀다. 또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북한 핵 위협을 ‘억제’하고, 핵 개발은 ‘단념’시키며,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한다고 적었다.

통일부가 2025년 한해 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 전반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돕기 위해 ‘2026 통일백서: 2025 한반도 평화공존의 기록들’을 발간했다.

반면 이번 이재명 정부 첫 통일백서는 북핵 개발의 현실을 고려해 ‘중단-축소-폐기’라는 3단계 비핵화 해법을 제시했다. 또 ‘전쟁과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을 목표로 잡아, ‘교류-관계정상화-비핵화’의 포괄적 접근을 추진 전략으로 삼았다.

통일부는 윤석열 정부 당시 실시한 대북 전단 살포와 확성기 방송을 이재명 정부가 중지한 것도 “‘먼저 평화를 실천한’ 선제적 긴장 완화 조치”였다며 “접경지역의 평화 회복과 같은 변화”가 생겼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백서는 9·19 군사합의 복원을 중점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체결된 9·19 군사합의는 정권에 따라 부침을 겪었다. 비무장지대 긴장 완화, 남북 군사분계선 주변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 군사 충돌을 완화하기 위한 합의는 윤석열 정부 때인 2024년 6월 효력이 정지됐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합의의 선제적·단계적 복원을 약속했다.

이번 백서는 지난번 백서에 견줘 북한 인권(288회에서 47회)이나 자유(118회에서 16회)에 관한 언급은 준 반면, 평화 또는 평화공존(108회에서 627회), 회담 또는 대화(50회에서 114회) 등의 단어는 빈도가 늘었다. 백서는 ‘북한이탈 주민’은 ‘북향민’이란 표현으로 바꿨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조회 25 스크랩 0 공유 0
댓글 0
댓글 정렬 옵션 선택
댓글이 없습니다.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