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렬 | 한국저작권보호원장
‘긴급 차단’ ‘접속 차단’은 지난 11일 시행된 저작권법 개정의 핵심 단어다. 우리 웹툰과 영화, 드라마는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동시에 공짜 다운로드와 불법 유통으로 고통을 받는 상황이다. 이번 개정은 이러한 저작권 침해로부터 케이(K)-콘텐츠를 지키기 위한 것이다. 특히 국외 서버를 기반으로 한 대형 불법 사이트들이 도메인을 수시로 변경하며 국내 규제를 우회하는 탓에 피해는 더 빠르고 더 크게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국외 불법사이트에서 유통된 케이-콘텐츠 게시물은 4억9355만개로 추산된다. 외국 유통분의 상당 부분이 불법 복제로 흘러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콘텐츠 하나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창작의 시간과 노력, 불안과 인내는 산고와 다름없다. 작품에 대한 창작자의 애정 또한 모성애, 부성애에 못지않다. 비단 창작자만의 문제도 아니다. 케이-컬처가 국가 경제를 견인하는 핵심 산업으로 떠오른 지금, 국외 저작권 침해는 국민 전체가 걱정할 만한 일이다. 불법 복제와의 싸움은 단순한 단속을 넘어, 우리 문화의 가치와 국가적 자산을 지키는 과제가 되었다.
현장의 체감은 분명하다. 한 유명 웹툰 작가는 불법 사이트가 차단된 바로 다음날, 매출이 두배 가까이 올랐다고 말한다. 콘텐츠 업계 역시 “접속 차단 효과가 크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한국저작권보호원 조사에서도 불법 복제물 근절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으로 ‘접속 차단 강화’(24.7%)가 5년 연속 1위로 꼽혔다.
국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는 사이트 차단이 불법 사이트 방문을 줄이고 합법 서비스 이용을 늘리는 데 효과적이며, 특히 우회·미러 도메인이 빠르게 생기는 환경에서는 차단 체계가 ‘정적’이 아니라 ‘동적’이어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한마디로, ‘주소만 바꿔 재등장하는 불법 서비스’에 ‘즉시 업데이트되는 봉쇄망’이 따라붙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 저작권법 개정은 바로 그 전환, 즉 ‘정적’ 차단에서 ‘동적’ 차단으로의 이행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한 셈이다. 신규 공개 콘텐츠처럼 확산 속도가 특히 빠른 사안에 대한 ‘즉시 멈춤’ 장치인 ‘긴급 차단’ 제도가 신설(제133조의 4)되었고, 상습·조직적 침해 서비스에 대한 ‘접근 봉쇄’ 장치라 할 수 있는 ‘접속 차단’ 역시 절차가 더욱 신속해졌다. 불법 복제물 ‘신고 접수-심의-차단’의 전 과정을 한국저작권보호원이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된 점도 큰 변화다.
개정 법률의 성패는 결국 현장에서 증명돼야 한다. 불법 복제물이 확산하기 전에 신속히 차단하고, 도메인 변경이나 우회 경로까지 끝까지 추적해 막아낼 때 창작자는 보호를 체감하고 이용자는 합법 이용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제도적 장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저작권 보호가 생활 속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콘텐츠를 즐기는 이용자들 생각의 전환과 자발적 동참이 필요하다. 이제는 ‘공짜 콘텐츠’가 아니라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즐기는 ‘내돈내산 콘텐츠’가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의 표현이 되었으면 좋겠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선택이 창작자를 지키고, 그 힘은 다시 더 좋은 콘텐츠로 돌아오는 선순환을 만든다. 이번 개정이 케이-컬처 국가의 위상에 걸맞은 저작권 보호 의식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