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사치품 된 언론, 광고 쥐락펴락 정부, 토론 거부하는 뉴스룸

2024년 10월24일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조선투위)가 ‘자유언론실천선언 50주년’을 맞아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앞에서 “언론은 권력에 충성하지 않고 오로지 진실만을 보도할 뿐”이라고 외치고 있다. 이들이 고발한 것은 과거 군부 독재 시절 훼손된 언론 자유였지만, 민주화 이후에도 언론 자유는 온전히 보장되지 못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과거 언론 자유를 위협하는 건 군부 독재였다. 오늘날 언론의 자유와 편집권을 위협하는 요소는 뭘까? 미디어학자와 종사자들은 재정을 쥐락펴락하는 자본·정치권력과 이를 비판 없이 수용하는 뉴스룸 문화를 꼽았다.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실장은 1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개최한 ‘국내외 언론의 편집권 독립 현황과 과제’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해 최근 자본의 잇단 언론사 매집 행위를 ‘과시적 소비’에 빗댔다. “사주가 자신이 속한 산업 부문 내 경쟁 기업 사주들에게 (언론사 매수라는) 과시적 소비를 통해 차별적인 지위를 확인”한다는 것이다.

언론사는 수익성이 거의 없는 사업이다. 그런데도 지난 10여년간 다수 건설사가 언론사 매수에 공을 들였다. 2014년 동화마루가 한국일보를, 2019년 중흥건설이 헤럴드경제를, 2021년 호반건설이 서울신문을 인수했다. “(언론을 소유하면) 업계 내부의 사회적 지위를 얻기 때문”이라고 김 실장은 설명했다. 예를 들어 지역 언론사 사주는 그 지역의 상공회의소 회장을 겸직하는 관행이 있다. 이런 지위를 얻으면 “국회의원들이 (사주에게) 인사하는 순서부터 달라진다.” 사업 인·허가에 민감한 건설업계로서는 매혹적인 거래다.

정부도 광고를 언론 길들이기 수단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지자체 광고를 받은 언론사 사주는 각종 협회 등 지역사회 요직을 꿰차는 경우가 있다. “액수보다 정부 광고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지역 사회 명망이 되는” 구조다. 반대로 지자체에 비판적 언론인 언론은 광고를 빼앗길 위험에 처한다. 대표적 예로 부안독립신문이 지난해 군수를 비판하는 기사를 썼다가 광고 예산을 통째로 삭감당했다. 지역사회 권력자들을 비판하면서도 지자체 예산으로 살아야 하는 지역 언론이 특히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

천현진 국립순천대 학술연구교수(애니메이션문화콘텐츠스쿨)는 지역 언론의 경우 “비판 기사를 쓰기도 전에 이미 자기 검열 ‘시스템’이 작동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언론인들이) 광고 중단, 출입 제한, 정보 차단 등을 우려해 보도를 회피하거나 비판 수위를 조절하는 경우가 많다. ‘비판 보도를 하면 지역 발전이 저해된다’는 낙인 찍기도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식으로 언론의 편집권이 침해당하는 일을 막기 위해선 정부의 광고 집행 기준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발제를 맡은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교수(미디어영상홍보학과)는 “현행 신문법은 편집권 보호에 대한 규정이 선언적 수준에 머물러 있고 권고사항도 부실하다”며 “정부광고법과 집행 기준, 신문 지원에 대한 법령과 기준에서 편집권 독립을 위한 장치 마련을 (적용하는 것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수직적인 뉴스룸 조직문화가 편집권을 위협하는 외풍을 막기는커녕 가속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평소 기사를 수정하거나 출고할 권한을 사장-국장-부장 순으로 행사하고 평기자는 제외하다 보니 독단적 기사 수정을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른바 ‘현대차 장남 기사와 제목 수정·삭제’ 사건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정환 슬로우뉴스 대표는 “(현대차 사건을 두고) ‘사장이나 광고국장이 편집권을 침해했다’고 비판하면 정작 그 지시를 따른 편집국장과 부장은 편집권을 침해당한 피해자가 된다. ‘언론 독립’이 아니라 ‘편집권 독립’을 강조하면 데스크는 언제나 옳고 보호해야 할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고 짚었다.

그는 “외부의 침해로 기사가 사라지고 논조가 뒤바뀌는 게 아니라 편집권을 쥔 데스크들이 그런 요구를 압력으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문제”라며 “뉴스룸 안에서 일상적인 감시와 견제를 할 수 있어야 하고 데스크의 판단도 불가침의 영역이 아니라는 걸 조직 문화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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