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사고 발생 책임을 영업점에 전가하는 등 불공정한 계약 조건을 설정한 5개 택배사업자에 과징금 30억원이 부과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8일 5개 택배사업자(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씨제이대한통운·롯데글로벌로지스·한진·로젠)가 영업점 및 터미널 운영사업자, 화물운송업자에게 택배 등 용역을 위탁하면서 부당한 특약을 설정하고 계약 서면을 미발급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30억78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이들 업체는 원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전가하는 특약을 설정했다. 구체적으로 안전사고 발생에 따른 민·형사상의 책임 일체를 전가하는 조항, 행정처분 및 고소에 따른 변호사 보수 등 비용을 전가하는 조항, 택배사업자가 납부해야 할 과태료, 벌금 등을 대납시키는 조항 등이 있었다. 김동명 공정위 신사업하도급조사과장은 “안전에 대해 사회적으로 당연히 택배사업자들이 책임져야 할 측면이 계약서상으로는 수급사업자들에게 많이 넘어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공정위는 노동쟁의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불합리하게 부담시키거나 차량 사고 발생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 고객의 개인정보 유출 등에 대한 책임을 부담시키는 조항도 문제라고 봤다. 현금 담보 기간 중 발생된 이자수익을 반환하지 않는 조항, 계약상 의무 위반 시 소명 기회 등을 제공하지 않고 즉시 계약을 해지하는 조항 등도 부당한 특약으로 판단했다.
5개 택배사업자들은 또 2055건의 계약에서 계약 서면을 용역수행 시작일까지 발급하지 않았다. 길게는 761일이 지나 발급하기도 했다. 계약당사자 간 불필요한 분쟁 발생을 예방하고, 수급사업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가 용역 수행을 시작하기 전에 하도급계약의 내용을 기재한 서면을 발급해야 한다.
공정위는 부당특약 설정에 대해서는 5개 사업자에 과징금 24억7800만원을 부과했다. 서면 발급 의무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향후 재발방지명령을 내리고, 과징금은 로젠을 제외한 4개 택배사업자에 총 6억원을 부과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8월 공정위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가 합동으로 택배사업자들의 작업 현장을 불시에 점검하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7월 씨제이(CJ)대한통운 대리점 소속 택배 종사자 세 명이 잇따라 사망하면서 택배업계의 불공정 하도급거래 관행이 택배 종사자들의 온열질환과 안전사고를 초래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