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미중, 북한 비핵화 공동목표 확인…중국 농산물 구매도 합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29일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로 향하는 에어포스원 안에서 백악관에 신설될 예정인 볼룸의 조감도를 들어 보이며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백악관이 17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 및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결과를 담은 팩트시트를 발표하고, 두 정상이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미국 농산물 대량 구매와 미중 무역·투자 협의체 설립 등 경제 성과가 전면에 배치됐지만, 북한 비핵화와 이란 핵 문제, 호르무즈해협 개방 등 외교·안보 현안도 포함됐다.

백악관은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팩트시트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북한을 비핵화한다는 공유된 목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이날 에이비시(ABC)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한반도 비핵화 목표 유지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앞서 중국 신화통신은 지난 14일 정상회담 직후 양 정상이 “중동 정세와 우크라이나 위기, 한반도 등 중대한 국제 및 지역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보도한 바 있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두 정상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해서는 안 된다는 데 동의하면서 호르무즈해협 재개방도 이란에 촉구했다. 또 어떤 국가나 기관도 호르무즈해협 통행료를 부과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다만 중국이 호르무즈해협 개방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조처를 약속했는지는 불분명하다. 그리어 대표는 에이비시(ABC) 뉴스 인터뷰에서 ‘중국이 호르무즈해협 개방을 위해 어떤 약속을 했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서 중국에 호르무즈해협과 관련해 어떤 조처를 해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다”며 “대통령은 중국이 이란에 물적 지원을 제공하지 않도록 하는 데 매우 집중했고, 그것이 그가 얻어내고 확인한 약속”이라고 말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중국의 미국 농산물 구매 확대가 핵심 성과로 제시됐다. 백악관은 중국이 2026년부터 2028년까지 매년 최소 170억달러 규모의 미국 농산물을 구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이 2025년 10월 약속한 대두 구매분과 별도라고 백악관은 설명했다.

중국은 또 400개 이상의 미국 쇠고기 시설에 수출 허가를 갱신하고, 미국 쇠고기 시설에 대한 모든 제한 조처를 해제하기 위해 미 규제당국과 협력하기로 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청정 지역으로 판정된 미국 주에서 가금류 수입도 재개한다. 그리어 대표는 시비에스(CBS) 방송 인터뷰에서 “지난 며칠간 중국이 쇠고기나 가금류 등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수많은 비관세 장벽을 완화하는 모습을 봤다”며 중국이 이미 미국산 수입 확대를 위한 조처를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중국이 미국 보잉 항공기 200대를 구매하기로 했다고도 밝혔다. 그리어 대표는 시비에스 인터뷰에서 “200대 보잉 항공기는 확정된 것”이라며 “이는 거의 10년 만에 나온 중국의 주요 보잉기 구매”라고 말했다. 다만 애초 시장에서 거론되던 500대 안팎의 구매 전망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양국은 무역위원회와 투자위원회 설립에도 합의했다. 백악관은 무역위원회가 “민감하지 않은 상품”의 양자 교역을 관리하는 정부 간 협의체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위원회는 양국 간 투자 관련 현안을 논의하는 정부 간 창구로 운영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관세 문제를 직접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향후 대중 무역 압박 수단은 여전히 열어뒀다. 그리어 대표는 시비에스 인터뷰에서 무역법 301조 조사 결과 중국 등의 과잉 생산 문제가 확인될 경우 “대통령에게 선택지들을 제시할 것”이라며 관세, 서비스 수수료, 수입 쿼터 등을 가능한 조처로 거론했다.

희토류와 핵심 광물 문제에서는 구체적인 조처보다 원론적 합의에 가까운 표현만 담겼다. 백악관은 이트륨, 스칸디움, 네오디뮴, 인듐 등을 거론하며 중국이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망 차질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다루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희토류 생산·가공 장비와 기술의 판매 금지 또는 제한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이 미국 쪽 우려를 다루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 쪽의 구체적인 수출 통제 완화 약속이나 이행 일정은 제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미국과 중국이 “공정성과 호혜성을 토대로 전략적 안정의 건설적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데에도 동의했다.

백악관 팩트시트에는 대만 문제가 별도로 언급되지 않았다. 다만 그리어 대표는 방송 인터뷰에서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 문제가 중국이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사안이라고 설명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대만해협의 현상 유지에 변화가 없어야 한다는 점”이라며 “미국의 대만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이번 합의를 “역사적 거래”로 부각했지만, 실질적 성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제기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중국 분석관인 크리스토퍼 존슨 차이나스트래티지스그룹 대표의 발언을 인용해 “보잉 항공기 구매는 초기 기대치에 수백 대 못 미쳤고, 농산물 구매 약속은 점진적이고 불분명했으며, 에너지 판매는 백악관 팩트시트에 아예 포함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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