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의 후폭풍이 프랑스 사람들의 바캉스 계획을 망가뜨리고 있다. 프랑스인들은 여름마다 긴 휴가를 떠나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올해는 비행깃값 폭등과 전쟁 확산 걱정이 앞선다.
5일(현지시각)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프랑스 여행사들의 모임인 ‘여행기업연합’ 회원사들의 지난달 여행상품 예약 액수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 줄었다고 보도했다. 예약 건수는 7%, 건당 예약액은 6% 쪼그라들었다. 미-이란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달 예약이 19% 줄어든 데 이어 2개월 연속 감소세다.
여행지가 멀든 가깝든 상품이 팔리지 않는다. 중동 국가 이집트와 튀르키예 예약 건수가 각각 43%, 36% 줄었다. 미국과 멕시코도 36% 씩 떨어졌다. 이탈리아(-21%), 포르투갈(-20%), 그리스(-10%) 등 유럽 여행 역시 줄었고 프랑스 국내여행(-3%)마저 꺾였다.
여행 업계는 ‘바캉스철’인 7, 8월 출발하는 상품 예약이 지난달 9% 줄어든 데 주목한다. 프랑스는 법정 휴가가 연 25일에 이르러, 대부분의 직장인이 이 기간 무더위를 피해 여러 주 휴가를 낸다. 예년이면 황금 시간대 항공편이나 인기 숙소를 구하기 위해 사람들이 미리 지갑을 열지만, 올해는 일정 잡기를 주저하는 이들이 늘었다.
이는 전쟁 탓에 항공편 공급이 줄어들고 푯값이 뛴 결과다. 여행사 ‘프람프로모바캉스’의 시릴 프라댕 대표는 르피가로에 “(저가 항공사인) 볼로테아, 트랜사비아, 이지젯 등이 몹시 ‘파괴적인’ 방식으로 항공편 운항을 취소하고 있다”며 “금요일 저녁마다 이들이 취소를 쏟아내는 걸 보고 있으면 회사의 사기가 뚝 떨어진다”고 푸념했다.
전쟁이 확전해 휴가지에 발이 묶일 수 있다는 염려 역시 여행객들 발목을 잡는다. 미-이란 전쟁 초기 아랍에미리트의 고급 호텔에 자폭 드론이 들이받고, 수천명이 공항에서 노숙하던 장면이 ‘트라우마’가 됐다는 것이다. 여행 전문 매체 투르에브도는 “프랑스인들은 이제 여행을 한번에 길게 가기보다 짧게 끊어서 움직이려 한다”며 “불확실한 (지정학적) 상황에서 여름 여행 수요가 위축돼있다”고 전했다.
발레리 보네 여행기업연합 회장도 르피가로에 “이란 전쟁 때문에 집에 못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고객들의 두려움에서부터 위기가 시작됐다”고 짚었다. 그는 “고객들은 여전히 여행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서도 “여름휴가를 예약하기로 결심하려면 무언가 긍정적인 신호가 필요하다. 예컨대 호르무즈해협이 다시 열려 연료 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봤다.
여행사들은 여행객들의 마음을 돌리려 안간힘이다. 여행사 ‘세르클 데 부아야주’ 대표 로즈마리 파뤼지아는 “여행 출발 한달 전까지 무료 취소에, 계약금은 10%로 줄였다. 여행비는 4번에 나눠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시아 지역 여행상품 전문회사 ‘아시아’의 기욤 랭통 대표는 “올여름엔 인도네시아, 중국, 일본을 목적지로 밀고 있다. 직항편이 있거나 중동을 경유할 필요가 없는 곳들”이라고 전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