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7천피 시대’를 열자 증권가에서는 최근 코스피 이익 모멘텀이 둔화하지 않는데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가 아직 초기 국면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8천피’도 허황된 꿈이 아니라는 전망이 나온다.
6일 국내외 증권사들은 반도체 업황 호조 지속 등 주요 업종의 실적 개선 속에 올해 코스피 전망치 상단 범위를 7200∼8600으로 줄줄이 높여 제시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코스피 상단을 기존 6000포인트에서 8600포인트로 높여 잡았다. 대형 반도체주 중심의 실적 개선이 지속되고, 반도체 이외 업종으로도 온기가 번질 경우 도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나증권은 “반도체 주가수익비율(PER·주가가 주당순이익의 몇배인지 보여주는 지표)을 8배로 높여 적용하면 코스피 상단은 8470까지 가능하다”고 했고, 삼성증권은 8400을 제시하면서 “이것도 공격적인 수치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케이비(KB)증권(7500), 한화투자증권(7500), 한국투자증권(7250), 에스케이(SK)증권(7200) 등은 상단을 7200∼7500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저평가된 업종에서도 가치 재평가가 진행될 경우 장기 시나리오에서 ‘1만피(코스피 10000)’도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승훈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전망으로는 코스피가 7000 중후반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향후 인공지능 및 반도체 모멘텀이 더욱 확산되고 버블 장세가 전개될 경우 1만피도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지는 않는다”고 내다봤다. 올해 코스피 상장기업 실적이 2023년 대비 4∼5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2023년 당시 코스피 수준(2500) 대비 지수가 4배 상승한다고 해도 터무니없는 전망은 아니라는 얘기다.
증권가의 이런 전망치는 글로벌 증시 대비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가 주당순자산의 몇배인지 보여주는 지표),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 등 실적 지표를 근거로 한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는) 1년 전에 비해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전망치가 159% 증가했고, 지수도 154% 상승했으니 적절하게 상승했다고 볼 수도 있다”며, “글로벌 자금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아지면 높은 밸류에이션을 적용한다. 글로벌 증시에서 한국은 여전히 ROE 대비 주가순자산비율이 가장 저평가된 증시로 리레이팅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반도체 편중 등 우려의 목소리가 있지만, 자본재·소재·정보기술(IT)하드웨어 업종의 이익 모멘텀이 양호하고 내수 개선으로 금융·소비재 업종 리레이팅까지 이뤄지면 ‘1만피 꿈’도 불가능한 수치는 아니라고 전망했다.
김동원 케이비(KB)증권 리서치본부장도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은 7.6배로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올해 코스피 타깃으로 7500을 설정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강력한 랠리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경기 확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20% 안팎의 조정이 나왔던 사례들을 보면, 전고점까지 시간이 좀 걸렸을 뿐 전고점 돌파 후엔 강력한 랠리가 나타났던 사례들이 반복됐다고 덧붙였다. 과거 개인투자자의 증시 자금이 코스피 4000, 5000, 6000을 돌파할 때마다 급격히 유입됐던 경험이 있어, 이번 7천피 돌파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코스피의 구조적 밸류에이션(평가가치) 저평가 해소를 적용하면 중기 시계에서 추세적으로 코스피 1만피 달성도 가능하다”고 짚었다.
증권 분석가들은 다만,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유가가 완전히 정상화된 것은 아닌데다 유가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통화긴축 흐름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이달에도 4월처럼 급하게 상승할 경우 일시적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한다. 단기 관점에서는 유가가 중요한 지표라는 판단이다. 특히 대형 반도체 기업의 실적 독주 아래 펼쳐지고 있는 단기 과열은 이번 불기둥 랠리 취약점으로 꼽힌다. 반도체 기업 실적이 휘청일 경우 증시 전체가 흔들릴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