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류 21.9%↑…4월 소비자물가 1년9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

6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정보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4월 소비자물가가 2.6% 올라 1년9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률을 보였다. 석유류가 20% 이상 오른 게 영향을 미쳤다.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로 물가를 1%포인트 이상 낮췄다고 평가한 가운데, 고유가 지속으로 5월 물가 오름폭은 더 커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6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했다. 3월 물가상승률보다 0.2%포인트 높고, 2024년 7월(2.6%) 이후 1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 폭이다.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으로 석유류가 전년 동월 대비 21.9%나 뛰며 전체 물가를 0.84%포인트 끌어올렸다. 석유류 가격은 전달에도 9.9% 올랐는데, 이달에는 상승 폭이 두배 이상 커지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이던 2022년 7월(35.2%) 이후 3년9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경유가 30.8% 올랐고, 휘발유도 21.1% 오르며 모두 3년9개월 만에 가장 크게 올랐다. 등유(18.7%)도 2023년 2월 이후 3년2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국제유가의 영향을 곧바로 받는 국제항공료도 15.9% 인상됐다. 2월 중순~3월 중순 싱가포르 항공유 가격 상승으로 유류할증료가 18단계로 오른 탓이다. 해외단체여행비(11.5%), 엔진오일 교체료(11.6%)도 두자릿수 이상 상승했고, 나프타 관련 재료를 사용하는 세탁료(8.9%)와 자동차수리비(4.8%), 주택수선재료(3.7%)도 전체 물가상승률을 상회했다.

먹거리를 보면 공급량이 감소한 쌀(14.4%)과 수입쇠고기(7.1%)·고등어(6.3%)가 비교적 크게 올랐지만, 배추(-27.3%)·양파(-32.0%)·딸기(-5.0%) 등 채소·과일류는 출하량 증가 덕에 하락했다.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 등을 통해 물가상승률을 2% 중반대로 묶었다고 평가했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과 유류세 인하로 4월 물가상승률이 1.2%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두 제도가 없었다면 물가 상승률이 3.8%까지 올랐을 거란 분석이다. 이두원 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도 “최고가격제가 석유류 가격의 상승 폭을 둔화한 것도 있고, 전체 소비자물가를 일부 완화한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고 했다.

다만 5월에는 소비자물가 상승 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유가 상태가 이어지는 데다, 유가 상승이 시차를 두고 공산품 등 가격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가령 4월 국내항공료는 항공사들이 전쟁 발발 직전인 2월 한달간 유가를 기준으로 국내선 유류할증료(7700원)를 부과했기 때문에 0.8% 인상에 그쳤다. 그러나 5월 국내선 유류할증료는 전쟁 이후 유가 상승분을 반영한 3만4100원으로 결정되면서 국내항공료가 큰 폭으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국제선 유류할증료도 최고 단계인 33단계로 뛰면서 4월 상승률을 상회할 가능성이 크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이날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5월 물가는 석유류 가격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가운데, 농·축·수산물 가격의 기저효과가 더해지면서 오름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재경부는 “중동전쟁 영향 및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로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정부는 체감물가 안정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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