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지주들의 핵심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로 13% 수준을 이어갈 전망이다.
규제 완화에 따라 쌓아둬야 하는 충당금이 줄면서 생산적 금융에 투입할 추가 재원이 마련되지만, 위험가중자산(RWA) 감소를 통한 비율 개선이라는 점에서 질적 개선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16일 ‘제5차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를 열고 생산적 금융을 위해 은행과 보험의 자본규제 합리화 방안을 논의했다. 은행과 보험사가 생산적 금융 정책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위험가중치가 높은 자산 비중 확대는 불가피하며, 이는 자본비율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신규 과제로 3가 꼽혔다. 우선 홍콩 H지수 ELS 불완전판매와 LTV 담합 사건에 따른 보상금·과징금 등에 대한 운영리스크 손실인식 합리화가 4월 안에 시행된다. 재발 가능성이 낮은 손실 사건이라고 감독당국이 승인하면 운영리스크를 3년 이상 인식한 경우 손실 인식에서 배제한다. 산출기간을 기존 10년에서 3년으로 단축해 자본 부담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김승건 KB증권 연구원은 17일 “운용리스크 손실 인식이 합리화될 경우 2026년에 일부, 2027년에 일부 등 은행별로 시차가 존재해 점진적으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달 안에 구조적 외환포지션 추가 확대도 예정됐다. 해외점포 출자금뿐 아니라 해외 장기 지분투자와 해외점포 이익잉여금까지 인정 범위가 넓어진다. 단기 자본이득이 아닌 해외 진출 목적 투자이거나 이익잉여금이 재투자되는 경우에 한해 적용된다. 최근 환율 상승에 따른 자본비율 하락 영향을 일부 보완하고, 향후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한 기업대출 증가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내부 신용평가모형 개선도 추진된다. 신용위험 변별력이 낮아진 모형을 재개발하면 금융당국이 신속히 승인할 방침이다. 은행의 내부등급법이 개선되면 자본비율이 상승하고 실물 부문 자금 지원 여력도 확대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자본규제 합리화 방안의 그간 경과로 ▲비상장주식 위험가중치를 400%에서 250%로 인하 ▲정책목적 주식·펀드에 100% 위험가중치 적용 ▲신규 취급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하한 20% 상향 ▲해외점포 출자금을 구조적 외환포지션으로 인정해 시장리스크 산출에서 제외한 조치 등을 꼽았다.
증권가는 이러한 조치에 따라 금융지주의 CET1이 0.23~26%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앞서 1분기 자본비율은 환율 및 금리 상승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악화가 우려된 바 있는데, 이를 불식할 수 있게 됐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20일 “비상장주식 위험가중치 변경의 경우 1분기 중 적용 여부가 불확실했지만 금융당국 발표로 적용이 가능해졌다”며 “KB·신한·하나의 경우 1분기 약 0.3% 내외의 CET1 하락이 예상됐으나 관련 요인을 반영하면 0.2% 수준으로 축소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KB금융은 13.5%, 신한금융 13.1%, 하나금융 13.2%, 우리금융은 12.8%로 각각 0.1~0.3%포인트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 연구원은 “자본규제 합리화 조치에 따라 5대 은행지주사 기준 CET1이 최대 26bp 상승하고 약 74조5000억원의 추가 자금이 생산적 금융에 투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은행은 1분기부터 개선 효과가 나타나고 2분기 이후에도 은행별로 순차적인 자본비율 개선이 이어질 것”이라며 “비상장주식 위험가중치 완화는 지난해 발표됐지만 이번에 적용 시점과 효과가 확정됐다. 이에 따라 CET1은 최대 0.23%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본규제 완화 수혜주로는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가 꼽힌다.
백 연구원은 “은행 업종 최선호주는 신한지주와 하나금융지주”라며 “양사 모두 규제 완화에 따라 자본비율이 탄력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 연구원도 “구조적 외환포지션 확대 시 해외 장기 지분투자 규모가 큰 하나금융과 해외점포 이익잉여금이 많은 신한지주가 타사 대비 자본비율 상승 폭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 같은 CET1(총자본에서 보통주로 조달되는 자본의 비율) 개선은 분모인 위험가중자산(RWA)을 줄이는 데 따른 효과로, 분자인 보통주자본(핵심자본)을 확충하는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자본이 실제로 늘어난 것이 아니라 위험가중자산 산정 기준이 완화된 영향이 큰 만큼, 근본적인 손실흡수능력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로 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
은행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금융지주의 CET1이 개선되려면 분모를 줄이는 전략이 아니라 분자를 키우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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