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디폴트옵션 53조···은행권, 예금 안주 넘어 '운용 역량' 경쟁

서울시내 거리에 각 시중은행 ATM이 늘어선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시내 거리에 각 시중은행 ATM이 늘어선 모습. (사진=연합뉴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적립금이 5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다음달 1분기 수익률 공시를 앞둔 시중은행들이 예금 쏠림 해소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기조 속에서도 시장금리가 하락세를 보이며 정기예금 금리가 2.8%대까지 떨어지자 시중은행들은 인공지능(AI) 투자일임과 맞춤형 설루션을 통해 본격적인 수익률 제고 경쟁에 나선 상황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총 적립금은 53조3318억원으로 전년 대비 32.9% 급증했다. 금융기관별로는 KB국민은행이 10조9353억원으로 전체 사업자 중 적립금 규모 1위를 차지했으며 신한은행(9조1974억원), 하나은행(6조6392억원), 우리은행(4조3559억원)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그러나 전체 자금의 85.4%인 45조5500억원이 여전히 정기예금 중심의 안정형 상품에 묶여 있다. 이들 안정형 상품의 연간 수익률은 2.63%에 불과해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2.1%)을 소폭 상회하는 수준에 그쳤다. 반면 적극투자형의 수익률은 14.93%에 달해 유형 간 수익률 격차는 12%p 이상으로 벌어졌다.

시중은행들은 그동안 구축해온 AI 일임과 전문 상담 체계를 디폴트옵션 가입자 전체로 확대하며 능동적인 관리 체제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히 상품을 나열하던 방식을 넘어 가입자의 자산 배분을 실시간으로 조정하는 운용 지능 중심의 자산관리 서비스가 자리 잡는 모습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8월 출시한 AI 투자일임서비스를 통해 예금 중심의 운용 관행 개선에 나서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원리금 보장형 상품 비중이 높은 일반 디폴트옵션과 달리 투자일임 서비스는 실질적인 투자 대안을 찾는 가입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국민은행의 디폴트옵션 상품 중 적극투자형 포트폴리오 1은 지난해 말 공시 기준 6개월 수익률 15.91%를 기록하며 운용 성과를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1월 도입한 자동 운용 중심의 AI 일임과 올해 1월 선보인 선택 지원 중심의 전문가 Pick 포트폴리오를 병행하며 가입자 성향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가입자가 수시로 운용 상품을 변경할 수 있는 구조여서 특정 서비스에 따른 전환 사례를 수치로 집계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며 "감정 개입 없이 데이터로 운용되는 AI의 일관성과 시장 전망을 직관적으로 반영하는 전문가 포트폴리오를 통해 고객이 각자의 선호에 맞는 투자 대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익률 제고와 더불어 핵심 고객의 이탈을 막기 위한 온·오프라인 밀착 관리도 강화되는 추세다.

하나은행은 지난 3월 출시한 AI 연금투자 인출기 설루션을 통해 은퇴 직전 고객의 장기 유치를 꾀하고 있다. 적립보다 수령 전략에 집중해 증권사로의 자금 이탈을 막겠다는 구상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안정형 적립금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고액 자산가의 이탈 방어와 유의미한 고객 경험 제공을 위해 해당 프로그램들을 전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한은행 또한 지난해 7월 야간 상담인 굿 이브닝 서비스를 도입해 접근성을 높였다. 5000만원 이상 고액 자산가 대상 수수료 면제 등 실질적인 혜택을 통해 우량 고객 사수에 주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은행권의 이러한 행보가 단순한 상품 마케팅을 넘어 실질적인 책임 거버넌스 구축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영주 닐슨 성균관대 교수는 지난 8일 국회 토론회에서 "디폴트옵션이 단순한 상품 선택 장치를 넘어 자산배분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장치가 되어야 한다"며 "수익률 결과뿐만 아니라 투자 의사결정 과정의 적정성을 기준으로 한 책임 구조가 마련될 때 퇴직연금에 대한 가입자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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