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주요 해양 방산 기업들이 미국 해군의 본진이라 불리는 워싱턴 D.C. 인근 내셔널 하버에서 개최된 ‘2026 해상·항공·우주 박람회(Sea-Air-Space, SAS)’에 처음으로 전시관을 마련해 참가했다.
다만 대부분은 대외 홍보 활동을 최소화하며 현지 네트워크 확보 및 실무 협의 등 내실 행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HD현대중공업만이 이례적으로 참가 소식을 외부에 발표하며 시장 진출 의지를 드러냈다.
20일 방위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현지시각) 개막한 2026 SAS에는 HD현대중공업, 한화, LIG D&A(전 LIG넥스원), 한국방위산업협회(KDIA) 등 4곳이 한국 방산의 대표 주자로 참석했다.
노르웨이의 콩스버그(Kongsberg)를 비롯해 미국 최대 군함 건조사 헌팅턴 잉걸스(HII), 록히드마틴, 레이시온 등 글로벌 기득권을 쥔 업체들도 대거 참여했다.
이들 해외업체는 이번 참여를 대대적인 마케팅 기회로 삼아 시장 지배력을 과시하고 나섰다.
특히 HII가 미국의 해군력을 주제로 대규모 광고와 시연을 펼쳤고, 대만 게탁(Getac)과 캐나다 IMP 에어로스페이스 등 중견 강소기업들까지 참여를 홍보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올해로 61회째를 맞이한 SAS는 전 세계 해군 수뇌부와 정책 결정권자들이 집결해 해양 안보의 미래 전략을 논의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해상 방산 전시회로, 글로벌 함정 시장의 ‘메이저리그’로도 불리는 상징적 무대다.
국내 업체들이 이제서야 명함을 내미는 이유는 미국 내에서 운항하거나 군용으로 사용되는 선박은 반드시 자국 조선소에서 건조해야 한다는 강력한 보호무역법인 ‘존스법(Jones Act)’이 거대한 벽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화오션이 미국 필리 조선소 인수로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하는 등 국내 기업들의 현지 공략이 본격화되면서 미국 시장의 법적·심리적 장벽이 낮아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숙련공 부족과 시설 노후화로 함정 건조 및 유지·보수(MRO) 적체 현상이 심각해진 미국의 필요가 맞물리며 시장의 빗장이 열린 시점이다.
이번 참여의 최우선 목표는 미 해군 공급망 진입을 위한 실질적인 자격을 확보하는 데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 20조원 규모의 미 해군 MRO 시장 조기 안착을 위해 함정정비협약(MSRA) 실적을 증명하고, 미국 조선업 재건(MASGA) 이니셔티브에 발맞춰 전략적 파트너로 공인받는 것이 핵심으로 거론된다.
LIG D&A는 미 국방부의 해외비교시험(FCT)을 통과해 기술력을 검증받은 유도무기 ‘비궁’과 무인수상정 ‘해검’을 앞세워 실무적 성과를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들이 시장 진입 단계의 도전자임에도 대외 홍보를 최소화하는 것은, 방산 시장 특유의 의사결정 체계와 미국의 폐쇄적인 산업 환경을 고려한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자국 산업 보호론이 강한 미국 조선소 노조와 보수 정치권의 반발을 의식한 행보란 해석도 있다.
경쟁사에 전략 노출을 최소화하면서 현지 산업계에 기여하는 협력자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전략적 신중함을 택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올해를 현지 시장 진입을 위한 기반 조성 단계로 평가하고 있으나, 내년 이후 행사부터는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SAS 2026을 통해 확보한 성과가 성공 사례로 정착되고 현지 생산 체계 가동으로 ‘Made in USA’로서의 입지가 확보되면, 대외적 견제 부담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마케팅이 가능해질 것이란 예상이다.
국내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은 화려한 마케팅보다는 미국 내 주요 의사결정권자들과의 실질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우리가 현지 조선 산업의 보완적인 파트너임을 입증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일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올해 SAS를 기점으로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하고 미국 내 생산 체계가 안정화되면, 다음 행사부터는 단순한 참가를 넘어 글로벌 선도 기업들과 대등하게 경쟁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더 많은 기사를 뉴스프리존에서 직접 확인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