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요약
JTBC '사건반장'에 아파트 공용복도 전체에 많은 양의 고추를 길게 펼쳐놓고 말리는 이웃 때문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는 사연이 전해졌습니다. 제보된 사진을 보면 겨우 사람 한 명이 지나갈 정도의 좁은 공간만 남겨둔 채 복도 한쪽 면이 고추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습니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코와 눈이 따가울 정도로 매운 냄새가 진동한다는 호소가 이어졌으며,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 역시 공동주택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명백한 민폐 행위라며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요즘 세상에 정말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참 많이 일어난다고 느끼지만, 이번 소식을 보고는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네요. 아파트 복도라는 공간이 어떤 곳인가요. 내 집 바로 앞이라 해도 그곳은 나 혼자 쓰는 땅이 아니라 같은 층에 사는 이웃들이 매일같이 지나다니는 엄연한 공용 공간이잖아요. 그런데 거기다가 고추를 저렇게 바닥에 돗자리까지 깔아두고 쫙 말리고 있다니, 참 같은 아파트에 사는 입장에서 얼마나 황당하고 속이 터졌을지 남 일 같지가 않네요.
저도 살림을 오래 해온 사람이다 보니 가을철에 빨간 고추 사다가 볕 좋은 곳에서 말려서 고춧가루 빻는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에요. 예전 시골집 마당이나 넓은 옥상 같은 곳이 있던 시절에는 마당 한구석에 고추 펼쳐놓고 햇볕에 바짝 말리던 정겨운 풍경이 분명 있었지요. 하지만 지금 우리가 사는 곳은 수십, 수백 가구가 벽 하나, 복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함께 살아가는 아파트잖아요. 아파트는 시골 마당이 아닌데 어떻게 저 넓은 공용복도를 자기 집 마당처럼 쓸 생각을 했는지 그 이기적인 심정이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네요.
사진만 봐도 한 사람이 간신히 발을 디디며 지나가야 할 정도로 길목을 꽉 막아놨더라고요. 만약 짐이라도 무겁게 들고 지나가거나 장보기를 하고 들어오는 길이라면 저 고추를 밟지 않으려고 까치발을 들고 조심조심 지나가야 할 텐데, 내 집 들어가는 길에 왜 그런 눈치를 보고 불편을 겪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게다가 통행 불편도 불편이지만 더 큰 문제는 그 매운 냄새와 위생 문제예요.
생고추가 말라가면서 나는 그 알싸하고 매운 향이 은근히 강하거든요. 바람도 잘 통하지 않는 아파트 복도에 저렇게 많은 양의 고추를 펼쳐놓으면, 그 냄새가 복도 천장과 벽면은 물론이고 이웃집 현관문 틈새로 다 스며들 수밖에 없어요. 어린아이나 기관지가 약한 어르신이라도 사는 집이라면 현관문 열 때마다 콜록거리며 코나 눈이 따가워서 고생했을 게 눈에 선하네요. 남에게 냄새 피해를 주는 것도 문제인데, 사람들이 신발을 신고 먼지 풀풀 날리며 다니는 복도 바닥에서 고추를 말려서 가족들 먹일 생각을 했다는 것도 선뜻 납득이 가지 않고요.
아파트 복도는 단순히 다니는 길목 역할을 넘어서 소방법상으로도 비상시 중요한 피난 통로로 지정되어 있는 곳이에요. 급한 일이 생기거나 불이라도 났을 때 저렇게 복도에 물건을 수북하게 쌓아두면 훌륭한 장애물이 되어서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거든요. 나와 내 가족의 편의만 생각하다가 타인의 안전과 기본적인 주거 환경까지 해치는 행동은 절대로 '이웃끼리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너그럽게 넘어가 줄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고 봅니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베란다 안쪽에서 말리거나 건조기를 이용했어야 마땅하지요.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주택에서는 나 하나 편하자고 한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매일 거쳐야 하는 커다란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들 꼭 기억했으면 좋겠네요. 최소한의 상식과 예의는 서로 지키면서 편안한 집이 될 수 있도록 이기적인 행동은 조금씩 자제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