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한 영화 《암살자(들)》는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 등 민감한 역사적 사건을 다루며 개봉 직후부터 영화적 해석과 역사적 사실관계를 둘러싼 뜨거운 논쟁 중심에 섰습니다. 특정 역사적 사건에 대한 자의적 해석이나 음모론적 연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문화 영역에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일부 보수 성향 시민단체(신자유연대 등)가 영화의 주연을 맡은 배우 유해진 씨의 서울 성북구 자택 앞 집회를 경찰에 신고하고, 실제로 현장에서 집회를 강행하면서 논란의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들은 배우 개인의 사과와 상영 중단뿐만 아니라, 유해진 씨가 출연 중인 패스트푸드 및 증권사 광고의 계약 해지까지 요구하는 등 배우 개인의 일상과 생업을 직접적으로 압박하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이러한 행태가 반복될 때 가장 무서운 결과는 바로 창작자들의 '자기검열'입니다.
역사적 사건이나 사회적 갈등, 정치적 이슈처럼 논쟁의 여지가 있는 주제를 다룰 때마다 창작자나 출연 배우가 자택 테러나 생업 매장을 걱정해야 한다면, 앞으로 그 누구도 과감하거나 자극적인 화두를 던지는 영화를 만들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결국 영화계에는 논란을 피해 무난하고 안전한 소재만 남게 될 것이며, 이는 한국 영화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스스로 죽이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영화 《암살자(들)》를 둘러싼 논쟁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는 명확합니다.
영화가 역사를 왜곡했는지, 픽션으로서의 완성도를 갖추었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나 자유롭게 토론하고 거칠게 비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 비판의 화살이 카메라 밖으로 나와 배우 개인의 집 앞, 가족의 일상,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겨냥하는 순간 그것은 자유가 아닌 폭력이 됩니다.
창작자와 배우가 안전하게 자신의 역할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이 보장될 때 비로소 우리는 더 다양한 시선과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들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