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업체가 미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으면서 국내 자동차주가 일제히 하락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현대차는 3% 넘게 떨어졌고 현대모비스, 기아, HL만도 등 관련 종목들도 함께 약세를 보였다고 합니다. 아직 실제로 중국차가 미국에서 생산을 시작한 것도 아닌데 대통령의 발언 하나만으로 시장이 바로 반응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이 얼마나 민감한 문제인지 느껴졌습니다.
현재 중국차는 미국의 높은 관세와 커넥티드카 관련 규정 때문에 사실상 미국 시장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중국 업체가 미국에 공장을 짓고 현지에서 미국인을 고용해 생산하는 방식이 허용된다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중국산 자동차에 붙는 관세 장벽을 피하면서 미국 시장에 직접 들어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걱정되는 부분은 현대차그룹의 미국 주력 차종과 중국차의 경쟁이 바로 붙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현대차 투싼과 기아 스포티지처럼 미국에서 많이 판매되는 준중형 SUV가 가격 경쟁에 노출될 수 있고, 중국 업체들은 세단부터 대형 SUV까지 다양한 차종을 생산하고 있어서 경쟁 범위도 상당히 넓다고 합니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미국은 현대차그룹의 최대 판매 시장이고 지난해에만 약 184만대를 판매했다고 하는데, 그동안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 공장과 대규모 투자를 계속해왔잖아요. 미국의 대중국 견제 기조를 고려해서 생산시설과 제철소 등에 큰돈을 투자했는데, 정작 중국차의 미국 현지 생산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바뀐다면 기존 투자 계획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중국차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미국 시장에 들어오는 상황이 현실화된다면 현대차그룹이 그동안 쌓아온 실속형 이미지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바뀐 이후 현대차그룹이 하이브리드 등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확보해왔는데, 중국 업체들이 현지 생산을 통해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한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으니까요.
물론 아직 중국차의 미국 현지 생산이 확정된 것은 아니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역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협상 카드나 미국 내 물가와 일자리 문제를 고려한 정치적 계산이라는 분석도 나오는 만큼 실제 정책이 어떻게 결정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중국 업체가 미국에 공장을 짓고 실제 양산에 들어가기까지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테고요.
그래도 이번 일을 단순히 하루 동안 자동차주가 떨어진 사건으로만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 업체와 직접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현대차그룹도 지금까지의 투자 성과를 지키면서 중국차와 차별화할 수 있도록 품질이나 기술력뿐 아니라 하이브리드, 프리미엄 라인업 등 여러 분야에서 경쟁력을 더 확실하게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미국이라는 중요한 시장에서 예상하지 못한 경쟁자가 등장할 가능성이 커진 만큼 앞으로 어떤 전략을 내놓을지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