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을 사는 건지, 빵에 담긴 취향을 사는 건지 모르겠어요. 편의점들이 유명 캐릭터나 브랜드와 손잡고 상품을 내놓는다는 기사를 읽다가, 이번에 민음사빵을 몇 개 사 먹은 제 모습이 떠올랐어요.
기사에 따르면 편의점들은 IP 상품을 만들기 위해 별도 담당 조직을 두거나 마케팅팀과 상품 담당 부서가 함께 움직이고 있다고 해요. IP는 캐릭터나 작품, 브랜드 등에 대한 권리를 말해요. 이런 이름과 그림을 상품에 쓰려면 그만큼 대가를 내야 하는데, 기사에서는 사용료가 매출의 3~1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해요.
일반 빵보다 비용이 더 드는데도 편의점들이 경쟁하는 이유는 뭘까요? 빵 판매 수익뿐 아니라, 그 빵을 사러 오는 손님까지 기대하기 때문이에요.
국진이빵부터 이어진 ‘좋아해서 사는 빵’
생각해 보면 이런 빵은 예전에도 있었어요. 1990년대 말 김국진의 캐릭터 스티커가 들어 있던 국진이빵이 있었고, 포켓몬빵은 띠부띠부씰을 모으는 재미로 인기를 끌었죠. 빵 자체뿐 아니라 그 안에 들어 있는 무언가가 구매 이유가 됐던 거예요.
이후에도 여러 캐릭터를 내건 빵이 나왔고, 이제는 출판사나 가수와 함께 만든 빵까지 등장했어요. 예전에는 좋아하는 캐릭터를 모았다면,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나 취향을 먹을거리를 통해 즐기는 쪽으로도 넓어진 셈이에요.
저는 사실 다른 빵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유행한다고 해도 굳이 찾아 사 먹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그런데 이번 민음사빵은 꼭 사고 싶더라고요. 결국 몇 개 사 먹었어요.
같은 협업 상품이어도 어떤 이름이 붙느냐에 따라 관심이 이렇게 달라지는구나 싶었어요. 남들이 열광할 때는 잘 몰랐던 마음을, 제가 직접 지갑을 열고 나서야 조금 이해하게 됐고요.
빵을 고르게 하는 게 아니라, 빵을 사게 하는 힘
경제적으로 보면 이런 상품은 기존 손님이 고를 빵을 바꾸는 데서 그치지 않아요. 저처럼 원래는 살 생각이 없던 사람의 수요까지 끌어낼 수 있어요. “어떤 빵을 살까?”가 아니라 “저 빵 때문에 편의점에 가야겠다”가 되는 거죠.
기사에 따르면 GS25의 민음사빵은 지난 8월 출시 이후 9월 말까지 160만 개 넘게 팔렸어요. CU의 리센느 협업 빵 5종도 출시 3주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 개를 넘겼고요.
편의점 입장에서는 이렇게 찾아온 손님이 음료나 다른 먹을거리까지 함께 사면 추가 매출을 기대할 수 있어요. 손님들이 재고를 확인하려고 앱을 쓰거나, 구매 후기를 올려 상품을 알려주는 효과도 있고요. 사용료는 들지만, 이미 팬이 있는 이름을 빌려 손님을 모으고 광고 부담도 덜 수 있는 거예요.
물론 많이 팔렸다는 것과 이익이 많이 남았다는 건 다른 얘기예요. 사용료와 제조 비용을 빼고도 돈이 남아야 하고, 기대만큼 팔리지 않으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어요. 다른 물건을 함께 사는 효과 역시 늘 생긴다고 볼 수는 없고요.
그래도 제가 민음사빵을 사 먹은 걸 생각하면, 편의점들이 왜 이런 상품에 공을 들이는지는 알 것 같아요. 맛과 가격만으로는 움직이지 않던 사람도, 자기가 좋아하는 이름 앞에서는 구매할 이유가 생기니까요. 편의점이 돈을 내고 빌리는 건 이름이지만, 얻으려는 건 그 이름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인 셈이에요.
여러분은 어떤 빵을 사 먹어보셨나요? 국진이빵이나 포켓몬빵처럼 기억에 남는 빵, 혹은 저에게 민음사빵이 그랬듯 “이건 꼭 사야겠다” 싶었던 빵이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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