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에 귀 기울인 당 태종[딥 포인트]

위징의 수백 번 간언이 '정관의 치' 열어

링컨도 정적 포용해 미국 통합 이끌어

한국에 필요한 건 쓴소리 듣는 리더십

'군주민수'(君舟民水). 임금은 배이고 백성은 물이니, 백성은 배를 띄워줄 수도 있지만, 배를 뒤엎을 수도 있다. 중국 역사상 가장 태평성대로 꼽히는 '정관의 치'를 이룩한 당 태종이 자신의 정치철학으로 내세운 말이다. 당 태종은 백성이 나라의 근본임을 깨달은 제왕이었다.

작년 취임 초기 60%를 넘나들던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근 30%대로 하락했다. 정권 교체 열망과 경제 개혁 기대로 고공행진하던 지지율도 민심이 식으면 얼마나 쉽게 꺾이는지 보여준다.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지사 시절 언급했던 '창업이수성난'(創業易守成難)이라는 고사성어가 떠오른다. 나라를 세우긴 쉬워도 지키긴 어렵다는 뜻으로 당 태종 이세민의 리더십을 다룬 '정관정요'에 나오는 말이다.

당 태종은 아버지 이연을 설득해 군사를 일으켜 당나라를 세웠고 2대 황제로 23년동안 다스리며 정관의 치를 열었다. 중국 역사에서 창업과 수성을 모두 이뤄낸 보기 드문 군주다. 당 태종이 어느 날 대신들에게 "제왕의 대업은 창업이 어려운가, 수성이 어려운가?"라고 물었다. 이에 방현령은 "혼란한 세상에 군웅들과 싸워서 굴복시켜야 하기에 창업이 더 어렵습니다"라고 말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위징은 방현령과 반대 의견을 말했다.

"제왕이 처음 일어날 때는 앞선 조정이 부패하고 천하가 혼란에 빠져 있어, 백성들이 무도한 임금을 넘어뜨린 새 천자를 기꺼이 받드니 어려울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천하를 얻고 나면 마음이 교만해져 사치를 하고 급하지 않은 공사를 일으켜 세금을 거두고 부역을 시킵니다. 나라가 기울게 되는 것은 언제나 이렇게 시작됩니다. 이로 보아 수성이 더 어렵습니다."

태종은 두 대신의 말을 모두 긍정하며 이제 창업의 어려움은 지나갔으니 수성의 어려움을 생각하자고 정리했다. 이들이 다른 대답을 한 까닭은 방현령이 태종을 보위에 올린 창업 공신인 반면, 위징은 태종의 정적이었던 태자 이건성의 참모였었기 때문이다. 태종은 권력을 잡은 뒤 위징을 체포해 문책했으나 되려 위징의 식견과 담력에 반해서 그를 중용했다. 이후 위징은 태종에게 200여 차례 간언하며 조정의 '레드팀' 노릇을 톡톡히 했다. 만약 위징이 없었다면 정관의 치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태종은 민심을 중시했을 뿐 아니라 귀에 거슬리는 간언까지 받아들이며 언로를 열어 두었기에 태평성대를 이룰 수 있었다. 위징이 죽자 태종은 "구리로 거울을 삼으면 의관을 단정히 할 수 있고 역사로 거울을 삼으면 나라의 흥망성쇠를 알 수 있으며 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자신의 잘못을 알 수 있다. 이제 위징이 세상을 떠나 거울 하나를 잃었다"고 슬퍼했다.

서양에도 반대파를 훌륭하게 포용한 리더십이 있다. 바로 미국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이다. 링컨은 대통령 당선 후 자신의 정적이자 경쟁자였던 윌리엄 수어드, 새먼 체이스, 에드워드 베이츠를 각각 국무장관, 재무장관, 법무장관에 임명했다. 수어드는 뉴욕주 상원의원과 뉴욕 주지사를, 체이스는 오하이오주 상원의원과 오하이오 주지사를 거쳤으며 베이츠는 미주리주 출신 거물 정치인이었다. 셋 다 링컨보다 더 나은 교육을 받고 더 많은 공직 경험을 가지고 있었지만, 연방 하원의원만 한 번하고 대통령에 당선된 링컨을 능가하지 못했다.

미국 역사학자 도리스 컨스 굿윈은 링컨의 성공이 '라이벌들의 팀'(team of rivals) 덕분이었다고 분석했다. 링컨이 정적들을 내각에 참여시킴으로써 다양한 의견을 접할 수 있었고 결국 자신의 사고를 더욱 날카롭게 다듬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당 태종과 링컨이 리더로서 신하나 장관의 직언을 받아들이는 자세, 정적이라도 뛰어난 인재라면 적극 영입하는 모습, 교만과 자만을 경계하는 마음가짐이 7세기 당나라의 태평성대와 19세기 미국의 통합을 가능하게 했다. 21세기 한국에 필요한 것도 귀에 거슬리는 말을 들을 줄 알고 정적에게도 손을 내밀며 자기 진영의 박수 속에서도 스스로를 경계하는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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