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천지 의혹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 내 계파 갈등이 김민석 대표의 ‘비공개 의총’ 사과 이후 오히려 격화하고 있다. 정청래 전 대표 쪽 의원(친청계)들은 김 대표의 정당법 위반 여부까지 따져봐야 한다며 압박했다.
친청계 한민수 최고위원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원과 지지자 앞에 제기한 의혹을 왜 국회의원들 앞에서만 사과하는가”라며 “당원과 지지자 앞에 공개 사과하시고 발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이성윤 최고위원도 “당원들에게 신천지 낙인과 상처를 남기고 자칫 우리 당을 위헌 정당의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를 비공개 발언 몇 마디로 덮고 넘어갈 수 없는 것 아닌가”라며 “신천지 의혹을 어떤 목적과 근거로 왜 공표했는지 정당법 위반 여부까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정당법(제52조 2항)에는 당대표 경선과 관련해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연설·방송 등의 방법으로 후보자에게 불리하도록 허위 사실을 공표한 자 등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사실상 김 대표의 형사처벌 가능성까지 거론한 셈이다. 이날 회의에 불참한 최민희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비공개 최고위에서 김 대표로부터 ‘신천지 관련 발언’을 하지 말란 압박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친청계가 요구한 공개 사과를 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당내에서 종교의 정치 개입 우려가 사라지도록 당은 자정 노력과 제도 개선 절차를 밟아가겠다”고만 했다. 당원 정비 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았던 박선원 최고위원은 “정치인의 이해관계가 민생보다 앞설 수는 없다”며 “우리가 무엇을 위해 정치를 하는지, 무엇을 위해 가장 먼저 우리가 지켜야 하는지 잊어서는 안 된다”고 김 대표를 엄호했다.
정 전 대표는 반발했다. 그는 김 대표를 옹호하는 의원들을 향해 페이스북에 “가해자는 모욕감으로 피눈물 흘리는 피해자의 심정을 진지하게 생각해보라”며 “비공개 사과를 구국의 결단처럼 영웅시하는 실드 치기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다. 2차 가해를 멈추라”고 썼다. 정 전 대표 지지세가 강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김 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당내에서는 신천지 사태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윤건영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내 상황이 좀 심각한 것 같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 서로 다른 곳을 쳐다보는 것 같다”며 “당분간 상당히 어려운 국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이날 한겨레에 “이런 식으로 가면 갈등이 장기화하고 서로 건널 수 없는 다리를 건너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한편에선 갈등을 봉합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이해식 의원은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에 출연해 “조금 가라앉히고 자중해 나가는 것이 정 전 대표를 위해서도, 당을 위해서도 좋지 않으냐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중진 의원은 “(김 대표의 사과가) 최선의 대응은 아니었지만 차선책은 택한 만큼 이제는 논란을 정리해야 한다”고 했다. 한 지도부 의원도 “여기서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예산안과 국정 동력을 만들어내야 된다는 게 대체적인 의원들의 시각”이라며 “여기서 정리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김채운 기자 cw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