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이 있더라도 털어놓을 친구가 있다면 자해나 자살에 이르지는 않을 것 같아요.”
성적 고민보다 학교에서 느끼는 고립감이 학생들의 정서적 어려움을 심화하는 주요 요인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성적 고민이 커도 혼자라고 느끼지 않는 학생은 10명 중 2명만 정서적 어려움을 겪었지만, 혼자라고 느끼는 학생은 10명 중 6명이 일상생활이 어려울 만큼 정서적 어려움을 겪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4일 전국 중고등학생 3414명과 교사 10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생 마음건강과 자해·자살 예방 교사·학생 의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최근 한달 동안 마음이 힘들어 일상생활에 ‘자주’ 어려움을 겪었다는 학생은 전체의 14.4%였다. 이들 가운데 학교에서 자주 혼자라고 느끼는 학생은 30.4%로, 그렇지 않은 학생(5.4%)보다 5.6배 많았다.
학생들을 정서적으로 더 힘들게 한 건 성적보다 ‘고립감’이었다. 성적 고민이 많으면서 학교에서 혼자라고 느끼지 않는 학생은 10명 중 2명(20.6%)이 정서적 어려움을 느꼈다. 반면, 자주 혼자라고 느끼는 학생은 10명 중 6명(57.9%)이 정서적 어려움을 겪었다.
학교폭력 피해를 겪은 학생들도 정서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최근 1년간 괴롭힘이나 따돌림을 당한 학생은 10명 중 3명(33.2%)이 일상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피해를 겪지 않은 학생(13.1%)보다 2.5배 높은 수치다. 한 중학교 2학년 학생은 “학교폭력 피해자는 신고하기도 두렵다. 주변에서 빠르게 발견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교사들도 학생들의 고립을 심각하게 인식했다. 교사들이 인식한 자살 위기 가능성이 높은 학생은 ‘따돌림·학교폭력 피해 학생’(64%), ‘또래와 관계 맺기 어려워 고립된 학생’(53.3%) 순이었다. ‘성적·입시 스트레스’를 자살 위험요인으로 꼽은 비율은 36.1%에 불과했다.
다만, 여전히 학생들의 주요 고민은 진로·진학(77.8%)과 성적·공부(74.2%)였다. 삶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들어지는 데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도 입시·성적 경쟁 압박(73.7%)을 가장 많이 꼽았다. 한 중학교 1학년 학생은 “경쟁이 사람을 죽이는 것 같다. 공부를 못하면 쓸모없는 인간이 된 것 같다”고 답했다.
전교조는 “입시 경쟁은 정서적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지만 자살 위기로 가는 핵심 요인은 고립”이라며 “고립된 학생과 학교폭력 피해 학생이 또래관계를 회복하도록 자살 예방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정연 기자 ye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