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납득 안 되는 ‘선관위 병력 투입’ 지휘관 무죄 판결

2024년 12월3일 밤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법원이 12·3 내란 핵심 인물인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게 부정선거 관련 수사 임무를 부여받거나,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민간 여론조사기관 등에 병력을 투입한 일선 지휘관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이 비상계엄의 불법성과 국헌문란의 목적을 인식하지 못한 채 상부의 명령에 따랐기 때문에 내란 중요임무 종사자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당시 12·3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은 일반 시민도 즉시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내란에 가담한 군 지휘관들이 이를 몰랐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니 납득이 안 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8-2부(재판장 정수영)는 지난 30일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등으로 기소된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과 방정환 전 국방혁신기획관, 정성우 전 방첩사령부 1처장 등 전현직 군인 8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구삼회와 방정환은 비상계엄 선포 직전 노상원으로부터 부정선거 관련 수사단장과 부단장 임무를 부여받았다. 정성우 등 나머지 6명은 국회와 중앙선관위, 여론조사 꽃에 군 병력을 투입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이들이 노상원과 계엄군 상부로부터 갑작스레 임무를 받아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없었다는 이유로 국헌문란 목적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일부 현장 지휘관들의 군 병력 투입 행위는 ‘폭동’에 해당하지만, 이들이 내란 ‘목적’을 몰랐기 때문에 내란중요임무종사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12·3 당시는 전시·사변 또는 국가비상사태 등 비상계엄을 선포할 상황이 전혀 아니었다. 더욱이 비상계엄 아래서도 국회는 군을 투입해서는 안 되는 곳이다. 이를 어긴 현장 지휘관들에게 내란 목적을 몰랐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주는 것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 대법원은 ‘국헌문란의 목적은 확정적일 필요가 없고 미필적 인식으로 족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군에도 위험한 메시지를 준다. 다음에 누군가 같은 명령을 내린다면, 현장 지휘관들이 이 판결을 떠올리며 망설임 없이 가담하지 않겠는가.

물론 윤석열과 함께 내란을 모의하고 주도한 핵심 세력에 비하면 이들에게 정상참작의 여지가 없지는 않다. 일부 지휘관은 병력 출동을 늦추거나, 상부의 명령에 이의를 제기하는 등 소극적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사정은 양형에 반영할 일이다. 명백한 내란 가담 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것은 사법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판결을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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