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일본인 기자에 대한 일본 정부의 석방 협상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1일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장관이 하루 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에서 러시아에 억류된 일본 홋카이도신문 기자의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했다”며 “양쪽이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회담은 평행선을 그은 채 끝났다”고 보도했다.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 참석을 계기로 이뤄진 이번 양자 회담에서 모테기 외무상은 지난달 사할린에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들에게 체포된 일본인 기자 석방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모테기 외무상은 회담 뒤 기자들과 만나 “ 억류된 일본인의 즉각적인 석방을 강력히 요구했다”며 “국민 보호와 관련된 문제여서 세부 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솔직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2019년 외무상 시절부터 유엔과 주요 20개국 회의 등에서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6차례 회담하는 등 신뢰 관계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하지만 러시아 쪽은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모테기 외무상과 만난 자리에서 홋카이도신문 기자 체포와 관련해 러시아 쪽 입장을 설명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일본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대신 그는 일본에 ‘비우호적 대러 정책의 포기’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경제·외교 쪽에서 지속적으로 대러 제재를 가해 왔던 일본 정부의 태도를 우선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일본 정부는 러시아 중앙은행과 주요 은행의 자산 동결을 비롯해 군사용으로 전용이 가능한 물품들의 수출 제한, 러시아산 금과 석탄 등의 수입 제한과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등의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일본에선 러시아가 언론인 등 민간인들을 억류해 ‘인질 외교’를 벌이고 있다는 의심도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2023년에도 보안 당국을 통해 에반 게르시코비치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를 스파이 활동 혐의로 체포한 뒤, 이듬해 미국·독일 등 서방 국가들의 수감자와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러시아인 수감자를 자국으로 데려온 적이 있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산 경유 관련 제재를 일부 해제하기로 결정한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에 구금됐던 미국인 전직 교사 스티븐 허버드를 석방하기도 했다. 허버드는 2022년 우크라이나 용병으로 활동한 혐의로 러시아군에 붙잡혀 징역형을 살고 있었다. 요미우리신문은 “러시아는 이전에도 외국인을 억류해 외교카드로 활용해 왔다”며 “반면 일본이 가진 카드는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짚었다.
일본 정부는 외교 당국 간 논의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협상 창구’ 자체가 잘못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홋카이도신문 기자를 구금한 기관이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이어서 러시아 외무부가 개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도쿄/홍석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