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 신고에 10∼15㎏ 구조 장비 메고 산으로…상황 따라 밤샘도
"자신의 체력에 맞는 코스 선택하고 반드시 법정 탐방로 이용해야"

[촬영 류호준]
(속초=연합뉴스) 류호준 기자 = "언제든지 출동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설악산 단풍이 절정으로 접어든 지난 25일 설악산 봉정암 인근에서 구조 신고가 들어오자 강원 속초시 설악동에 있는 사무실에서 대기하고 있던 강원소방본부 환동해특수대응단 산악구조대원들이 장비를 챙겨 산으로 향했다.
10㎏가 넘는 구조 장비를 메고 현장으로 이동하던 중 소방 헬기가 구조 대상자를 구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내 대원들의 표정에도 안도감이 감돌았다.
산악구조대원들에게 구조 신고는 긴장의 시작이다.
사고 지점까지 이동하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고, 환자의 상태와 지형, 기상 여건에 따라 구조 방식도 달라진다.
이번 사고처럼 헬기가 뜰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날씨가 나빠 운항이 어렵거나 험준한 산길에서 환자를 옮겨야 하면 구조는 장시간 이어진다.
설악산 산악구조대의 하루는 오전 9시 교대와 함께 시작된다.
하루 24시간 근무한 뒤 48시간을 쉰다.
한 팀은 팀장을 포함해 5명으로 구성되며, 3팀이 교대로 근무한다.
식사 시간이 정해져 있긴 하지만 구조 활동에 나서다 보면 규칙적으로 식사를 챙기기 어렵다.
대원들이 산에서 먹을 '비상식량' 행동식을 따로 챙기는 이유다.
평균 출동 시간은 3시간 안팎으로 길게는 10시간 넘게 이어지거나 밤을 새우는 경우까지 있다.
산에서 식사를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비해 에너지바 등을 배낭에 넣는다.
산을 오를 때 짊어지는 구조 장비 무게는 개인별로 차이가 있지만 10∼15㎏에 이른다.

[촬영 류호준]
사고 상황에 따라 들것이나 암벽 구조 장비 등을 추가로 챙긴다.
사고 지점과 환자 상태를 고려해 필요한 장비를 선택한다.
일반 등산객보다 무거운 장비를 메고 산을 오르는 만큼 체력 부담도 크다.
대원들은 설악산 대청봉까지 최단 코스를 이용하면 2시간 30분에서 3시간 정도면 오른다.
이에 평소 마라톤과 암벽등반, 클라이밍, 헬스 등을 통해 체력을 단련하고 있다.
한 대원은 하이록스 등 스포츠 대회에 출전해 입상하기도 한다.
설악산에서 구조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곳 중 하나는 공룡능선이다.
험준한 산길을 이동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데다 환자를 안전하게 이송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다.
헬기를 이용할 수 없으면 대원들이 직접 환자를 데리고 산에서 내려와야 한다.
환자를 업거나 들것으로 옮겨야 해 이동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법정 탐방로는 구조가 용이하다.
하지만 비법정 탐방로에 들어간 등산객은 구조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길을 좋지 않아 풀숲을 헤쳐야 하고, 사고 현장 인근을 지나는 등산객들도 법정 탐방로에 비해 매우 적기 때문이다.
실종자 수색은 더욱 어렵다.
신고가 접수돼 휴대전화 위치 좌표가 확인되는 경우와 달리, 실종자가 신고하지 않았다면 마지막으로 확인된 기지국 위치를 토대로 수색해야 한다.
기지국 위치는 실종자의 정확한 위치가 아니기 때문에 수색 범위가 넓어진다.
산악구조대 3팀장을 맡고 있는 박근형 소방장은 "실종자가 직접 신고하면 휴대전화 위치가 좌표로 확인되지만, 신고하지 않은 경우에는 마지막으로 확인된 기지국 위치를 토대로 수색해야 한다"며 "기지국 위치가 실종자의 정확한 위치는 아니기 때문에 수색 범위가 넓다"고 말했다.

[촬영 류호준]
실종자 수색은 하루 만에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1일 차에 찾지 못하면 이튿날 다시 수색하고, 상황에 따라 며칠씩 이어진다.
박 팀장은 "며칠간 수색해도 찾지 못하면 계속 수색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정규 탐방로를 벗어난 곳에서는 실종자를 찾기가 더 어렵다"고 설명했다.
비법정 탐방로는 등산에 숙련된 구조대원들에게도 위험하다.
길이 제대로 나 있지 않고 바위와 절벽 등 위험 요소가 곳곳에 있다.
국립공원에서 위험성을 고려해 출입을 제한한 곳인 만큼 사고 발생 시 환자와 구조대원 모두 어려움을 겪는다.
단풍철을 맞아 산행객이 늘면서 박 팀장은 자신의 체력에 맞는 산행 계획을 세우고 정규 탐방로를 이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인터넷에서 본 산행 후기만 믿고 코스를 가볍게 생각했다가 예상보다 힘든 산행에 지쳐 구조를 요청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박 팀장은 "산행 코스가 안내된 시간대로 끝난다는 보장은 없다"며 "부상이나 체력 저하 등 변수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산행 전에 자신의 체력에 맞는 코스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가 지면 산속은 금방 어두워진다.
낮에 출발하더라도 산행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어 랜턴을 반드시 챙겨야 한다.
가을철에도 고지대는 겨울만큼 추운 만큼 여벌 옷과 보온 장비도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휴대전화 배터리 관리도 중요하다.
추운 날씨에는 배터리가 빨리 소모될 수 있고, 산속에서는 통신이 원활하지 않은 곳도 있다.
가능하면 두 명 이상 함께 산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혼자 산행하다 통신이 되지 않는 곳에서 사고가 나면 구조 요청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산행 전 가족이나 지인에게 어느 코스로 올라가 어디로 내려올지 알려두면 실종 사고가 발생했을 때 수색 범위를 좁히는 데 도움이 된다.
그는 "위험하다고 판단해 출입을 막아놓은 비법정 탐방로에는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며 "산행 전 계획을 충분히 세우고 안전 수칙을 지켜야 본인과 구조대원 모두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고 당부했다.

[강원특별자치도소방본부 환동해특수대응단 산악구조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구조 활동 이후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산행객도 있다.
편지를 보내거나 간식과 음식을 건네며 고마움을 표현하는 경우다.
대원들에게는 장시간 이어지는 구조 활동 속에서 힘이 되는 순간이다.
다만 일부 등산객의 경우 일찍 하산하기 위해 구조를 요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출동을 해야 정확한 부상 정도를 확인할 수 있기에, 빠른 하산을 위해 구조를 요청한 정황이 확인될 때는 대원들도 허탈할 수밖에 없다.
한 차례 출동에도 여러 명이 투입되는 데다 구조가 길어지면 다른 신고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설악산은 탐방객이 많고 산세가 험해 다른 산들에 비해 사고 위험도 크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건태 의원(경기 부천시 병)이 국립공원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국립공원 안전사고로 64명이 사망하고 615명이 다쳤다.
이 가운데 설악산 사망자는 23명으로 전체의 35.9%를 차지했다.
대원들은 출동이 없는 시간에도 장비를 점검하고 훈련하며 다음 신고에 대비한다.
설악산을 찾는 수만 명의 탐방객들이 무사히 하산할 수 있도록, 이들은 오늘도 등산화 끈을 동여맨다.

[촬영 류호준]
ry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