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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종합상담실 창구에서 한 시민이 직원과 상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종합상담실 창구에서 한 시민이 직원과 상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득이 있는 배우자와 결혼한 전업주부 등 소득이 없는 기혼자와 18세 이상 27세 미만의 소득이 없는 청년을 국민연금 지역가입자 내 '납부예외자'로 편입하는 가입구조 개편이 추진된다.

현재 국민연금법은 같은 무소득자라도 미혼자는 납부예외자로 분류해 가입 자격이 유지되지만, 소득이 있는 배우자를 둔 기혼자는 적용제외자로 분류해 가입할 수 없다. 이 경우 과거 납부 이력이 없는 전업주부는 추후 납부로 연금 수급을 받을 수 없고, 보험료 지원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국민연금공단이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보고한 '주요업무 현황'에 따르면 공단은 이 같은 가입구조 개편을 가입제도 개선의 핵심 과제로 공식화한 것으로 22일 전해졌다. 1988년 제도 도입 때 짜인 '1가구 1연금' 틀을 '1인 1연금' 체계로 바꾸려는 것이다.

결혼 여부가 가른 노후 소득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올해 55세 동갑내기 여성 A씨와 B씨는 최근 노후 준비를 위해 함께 국민연금공단 지사를 찾았다. 두 사람 모두 평생 보험료를 한 번도 낸 적이 없고 지금도 소득이 없다. 그러나 미혼인 B씨는 과거 기간 보험료를 소급해 내는 추후납부(추납)로 연금 수급권을 얻을 수 있다는 안내를 받은 반면, 대학 졸업 직후 결혼해 살림과 육아를 도맡아 온 전업주부 A씨는 추납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답을 들었다. 미혼 무소득자는 납부예외 기간을 최대 119개월까지 추납하거나 저소득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납부 이력이 없는 기혼 전업주부에게는 두 길이 모두 막혀 있다.

제도 출범 당시에는 소득대체율(생애 평균소득 대비 연금액 비율)이 70%에 달해 외벌이 가장의 연금으로 부부 노후를 감당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 하지만 재정 안정을 이유로 소득대체율이 단계적으로 낮아지면서 남편 한 사람의 연금으로 두 사람의 노후를 버티기는 어려워졌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 기준 18∼59세 인구 2940만명 가운데 공적연금 가입자는 국민연금 2093만명과 특수직역연금 180만명을 합한 2273만명이다. 무소득 배우자와 27세 미만 무소득 청년 등 적용제외자는 667만명에 이른다. 실직 등으로 납부를 멈춘 납부예외자 242만명과 13개월 이상 장기체납자 45만명을 더하면 의무가입 연령 인구의 32.4%인 954만명이 연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구조의 그늘은 성별 격차로 나타난다. 공단 통계를 보면 2025년 12월 기준 노령연금 1인당 평균 수령액은 남성이 월 85만1670원, 여성은 그 절반 수준인 42만9206원이었다. 월 40만원 미만 저연금 수급자는 여성이 167만2182명으로 남성(108만2480명)보다 약 59만명 많다. 월 200만원 이상 수급자는 남성이 9만1365명이지만 여성은 1964명뿐이다.

출산 크레딧(둘째 이상 출산 때 가입기간을 추가로 인정하는 제도)은 2008∼2025년 누적 수급자 1만233명 중 97.3%가 남성이었다. 아내가 적용제외자로 밀려나 가입기간이 짧다 보니 크레딧을 남편 연금에 몰아주는 편이 유리해서다. 법적 의무가 없는데도 보험료를 스스로 내는 임의가입자 33만3717명 가운데 여성이 26만8113명으로 남성의 4배가 넘는다. 2025년 말 기준 평균 납부기간도 남성 152개월, 여성 123개월로 29개월 차이가 난다. 지역가입자 중 납부예외 여성의 평균 납부기간은 50개월로 연금 수령 최소 기준인 120개월에 크게 못 미친다. 60세 이후에도 보험료를 계속 내는 임의계속가입자 역시 여성이 31만4173명으로 남성의 2.2배다.

공단은 무소득 배우자와 청년을 납부예외자로 편입하고 추납 제도를 누구나 본래 취지에 맞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2027년 1월1일부터 만 18세가 되는 2009년생에게 첫 1개월분 보험료 4만1000원을 지원하고, 저소득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 기준도 월 소득 80만원 미만에서 100만원 미만으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12년 전 입법예고했다 무산

무소득 배우자를 가입자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2010년 12월 업무계획에서 적용제외 무소득 배우자의 가입 자격을 인정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듬해에는 복지부·공단·국민연금연구원이 '가입자 구조개편 회의체'를 꾸려 1인 1연금 전환을 검토했다. 당시 1284만명이던 적용제외자를 166만명으로 줄이는 구상이었다.

복지부는 2013년 10월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에 이를 담은 뒤 2014년 1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납부 이력이 있는 무소득 배우자 약 464만명을 추가 보험료 없이 지역가입자로 관리하는 내용이었다. 혼인 여부와 관계없이 납부 이력이 있으면 가입자로 인정하고, 소득이 없으면 보험료를 내지 않되 나중에 최대 10년치를 추가로 낼 수 있게 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연구원 연구진 분석에 따르면 전업주부들의 반발과 도덕적 해이 우려가 겹치면서 복지부는 같은 해 10월 재입법예고에서 가입구조 개편을 뺐다. 2016년 5월 국회를 통과해 11월30일 시행된 개정법은 적용제외 기간에도 추납을 허용하고 장애·유족연금 요건을 완화하는 데 그쳤다. 그마저 보험료를 한 번이라도 낸 적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A씨처럼 납부 이력이 없는 전업주부는 여전히 제도 밖에 남았다. 당시 개편안은 납부 이력자만 대상으로 했지만, 이번 방안은 이력과 관계없이 무소득 배우자 전체와 청년까지 아우른다는 점이 다르다.

고소득층 '연금 재테크' 막아야

과제도 있다. 여유 있는 가구의 전업주부가 노후 직전 목돈으로 최대 119개월치 보험료를 한꺼번에 추납해 수익비가 높은 연금을 받아 가는 역진성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과거 강남권을 중심으로 추납이 부유층의 재테크 수단이 된다는 비판이 일자 정부가 추납 한도를 10년 미만으로 묶은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혼인 여부에 따른 적용제외 규정을 폐지해 18∼59세 모든 국민을 개인 단위 가입자로 편입하되, 추납 시점의 기준소득월액 산정과 분할납부 장치를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저소득 가구의 무소득 배우자가 실제로 보험료를 낼 수 있도록 보험료 지원과 출산·돌봄 크레딧의 사전 부여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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