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CC의 올해 3분기 성적표에 먹구름이 짙어졌다.
글로벌 원가 부담 여파로 3분기 영업이익이 직전 분기 대비 34% 감소한 약 850억원 수준의 시장 전망치를 기록할 것으로 집계되면서, 연초 세운 올해 전체 실적 눈높이의 하향 조정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차입금 규모가 늘어나는 흐름 속에 재무적 긴장감은 높아졌으나 시장에서는 당장의 리스크 현실화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KCC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10.49%)의 막강한 자산 가치와 현금화 능력이 단기 자금 압박을 방어하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를 중심으로 3분기 실적 둔화 전망이 제기되면서 시장에서는 하반기 예정된 회사채 발행과 신용등급 수성 여부에도 주목하고 있다.
회사채 자금 조달 비용은 기업 신용등급에 따라 결정되며, 이 등급은 정기평가 외에 회사채 발행 시마다 실시하는 본평가(수시평가)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
3분기 수익성 악화 우려가 존재하는 시점에 수시평가 일정이 맞물림에 따라, 조달 금리 폭등을 막고 안정적으로 자금을 모으기 위해서는 현 신용등급(AA-)을 지켜내는 것이 급선무라는 관측이 나온다.
KCC는 지난 7월 진행된 회사채 발행 사전 수요예측에서 당초 목표액을 크게 웃도는 총 1조 3850억원의 기관투자자 매수 주문을 접수하며 흥행을 기록한 바 있다.
이처럼 매수 신청이 대거 몰리자 KCC는 실제 공급할 최대 증액 한도까지 발행 규모를 늘려 같은 달 31일 4000억원 안팎의 회사채를 최종 발행했다.
이달 말에는 최대 4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추가 발행이 예정돼 있다.
확보된 자금은 곧 만기가 돌아오는 기존 부채를 새로운 회사채로 발행해 갚는 차환 용도로 활용돼 단기 유동성 압박을 통제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22일 산업계 등에 따르면 KCC는 4분기부터 본격적인 원가 구조 개선 효과를 누릴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안 실리콘 사업 자회사인 모멘티브(Momentive)의 수익성을 압박해 온 과거 고가 매입 원재료 재고가 하반기를 거치며 순차적으로 소진되는 흐름에 진입했다.
원자재를 매입해 실제 제품 제조원가에 반영하기까지 수개월의 시차(래깅 효과)가 발생하는 제조업 특성상, 상반기 유가 급등기에 비싸게 들여온 원료 부담을 4분기 장부에서 점진적으로 털어내게 된다.
이에 따라 4분기부터는 하락한 글로벌 유가와 메탈실리콘 등 핵심 광물 원자재의 저가 투입 효과가 온전히 반영되면서, 제품 가동률이나 판매 가격의 인상 없이 오직 생산 비용 절감만으로 이익률(마진)을 넓히는 구조적 수익성 개선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증권가 역시 정기보수 비용과 물류비 압박으로 3중고를 겪었던 실리콘 부문 영업이익률이 4분기를 기점으로 완연한 턴어라운드(실적 반등) 흐름을 보일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다만 연말 중국발 범용 실리콘의 단가 추가 하락이나 초저가 공급 경쟁이 심화될 경우 마진 회복 폭이 기대보다 제한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하반기에 회사채를 발행해 유동성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움직임은 KCC가 오랫동안 추진해 온 중장기 사업 체질 개선 작업과 맞물려 있다.
앞서 KCC는 전통 유리·창호 중심의 건자재 기업에서 첨단 신소재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지난 2019년 미국의 글로벌 실리콘 기업 모멘티브 인수를 결정하고 2020년 1월 연결 자회사로 최종 편입시키는 등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의 대규모 인수 금융 부채 부담이 현재의 재무적 긴장감으로 이어진 상태다.
최근 반도체 패키징 소재(EMC)를 비롯한 고부가가치 특수 화학 신소재의 양산 성과가 실적 지표에 반영되기 시작했으나, 이 신사업 성과가 완연한 흑자 궤도에 올라 부채를 스스로 상환하기 전까지는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재무 방어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러한 사업 구조 전환 노력과 별개로, 내년 도래하는 대규모 부채 만기는 시장이 KCC를 바라보는 주요 관전 포인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당장 내년 한 해 동안 만기가 돌아와 현금으로 돌려줘야 하는 순수 회사채 규모만 약 63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단기사채(STB)와 기업어음(CP) 등을 합산해 상환 주기가 수개월 내로 짧은 시장성 차입금 전반의 압박까지 감안하면 실제 내년 중 대응해야 할 총 만기 규모는 1조원대에 달하는 실정이다.
KCC의 연간 현금 창출력은 1조원 안팎에 달하지만 지난 2024년부터 내년까지 매년 수천억 원의 신사업 투자가 겹쳐 있다는 점이 변수다.
본업의 흑자 창출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신사업 투자 비용이 겹치면서, 자체 현금만으로는 내년 만기 부채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같은 재무 부담에도 시장 일각에서 유동성 위기 우려를 다소 낮게 보는 것은 KCC가 본업 외에 쥐고 있는 5조원 규모의 삼성물산 지분 가치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KCC는 삼성물산(지분율 10.49%) 등 우량 대기업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유사시 이를 매각하거나 담보로 활용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인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5월 정기평가 보고서를 통해 주식 자산을 기반으로 한 KCC의 대체 자금 확보 능력을 우수하게 평가하기도 했다.
아울러 KCC가 지난 2019년 모멘티브를 인수할 당시 시장에 약속했던 미국 증시 상장(IPO)은 아직 실행 전인 만큼, 향후 시장 상황이 안정되면 언제든 추진해 대규모 공모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으로 꼽힌다.
지난 2월 KCC에 공개 주주 서한을 보냈던 행동주의 펀드 트러스톤자산운용을 비롯한 증권가에서는 자산 유동화를 통한 자금 조달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특히 트러스톤 측은 KCC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시장에 대량으로 매각하는 블록딜이나, 이 주식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하는 교환사채(EB)를 통해 선제적으로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글로벌 시황 악화로 지연된 자회사 모멘티브의 미국 증시 상장 역시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선택 가능한 대안 중 하나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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