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 은행채 34.6조, 97%가 2028년까지 만기···새 부채, 금리 4%대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사옥 모습. (사진=각 은행 제공)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사옥 모습. (사진=각 은행 제공)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이 저금리 시기 연 2%대로 발행한 고정금리 은행채 34조6500억원(발행액 기준)의 97%가 2028년 말까지 차례로 만기를 맞는다.

시장금리는 이미 크게 올랐지만 과거 낮은 금리에 조달한 자금이 아직 남아 있어 상대적으로 완만했던 은행 조달비용이 앞으로 만기와 차환을 거치며 뒤늦게 높아지는 '부채 리프라이싱(빚의 금리가 새로 매겨지는 것)'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21일 금융투자협회 종목별 발행정보를 분석한 결과 4대 은행의 연 2%대 고정금리 은행채 가운데 아직 만기가 돌아오지 않은 물량은 150종목, 발행액 합계 34조6500억원이었다. 후순위채와 시장금리를 따라 이자가 바뀌는 변동금리채 등은 제외했다. 중도 매입·소각분이 있다면 실제 잔액은 이보다 작을 수 있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이 12조5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우리은행 9조2600억원, 신한은행 7조원, 국민은행 6조3400억원 순이었다.

우리은행은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물량이 2조5200억원으로 가장 적다. 하지만 2년6개월~3년 만기로 길게 발행한 물량이 많아 전체 2%대 채권의 73%가 내년 10월 이후 만기를 맞는다.

이들 2%대 은행채 가운데 연말까지 6조3300억원(18.3%), 내년 16조9000억원(48.8%), 2028년 10조3800억원(30.0%)이 만기를 맞는다.

새로 자금을 조달하는 가격은 이미 높아졌다. 한국은행은 7월 기준금리를 2.75%로 올린 데 이어 8월 3.0%로 추가 인상했다. 은행채 1년물 금리는 9월 말 4.174%까지 뛰었고, 박문현 KB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16일 기준 3년물 시장금리도 4.2% 안팎이다.

그런데도 은행 이자비용이 시장금리만큼 빠르게 뛰지 않은 것은 이미 발행한 고정금리 채권의 이자가 만기까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9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은행 자금조달비용지수)는 3.43%로 한 달 새 0.25%p 올랐지만 기존 조달분을 반영하는 잔액 기준은 3.15%, 신잔액 기준은 2.79%에 머물렀다. 새로 구하는 돈은 이미 비싸졌지만 과거 낮은 금리에 확보한 자금이 은행 장부에 아직 남아 있는 셈이다.

반면 금리가 주기적으로 바뀌는 변동금리채는 이미 금리 상승을 반영하고 있다. 신한은행이 지난해 11월 발행한 1년 만기 변동금리채 7000억원은 발행 당시 2.92%였던 금리가 현재 3.39%로 올라 있다.

만기에 이른 은행채를 갚는다고 은행의 자금 수요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대출 등 운용자산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려면 갚은 부채만큼 다른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실제 3분기 은행채 순발행액은 23조2762억원으로 1년 전의 두 배 수준이었다.

유동성 규제도 영향을 미친다. 기업 정기예금 등은 예금 성격과 만기 등에 따라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한 달 동안 발생할 수 있는 순현금유출에 대비해 고유동성 자산을 확보하도록 한 규제) 계산에서 일정 수준의 유출 가능성이 반영된다. 대규모 예금 만기가 몰리면 은행이 미리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도 채권시장 수급 관리에 나섰다. 재정경제부는 20일 채권 발행기관 협의체 회의에서 국고채를 제외한 4분기 공적채권 발행 규모를 3분기보다 6조원가량 적은 59조원으로 내다봤다. 5대 은행의 은행채 수급도 점검했는데 은행권이 자금을 선제적으로 조달한 만큼 추가 발행 수요는 완화될 것으로 봤다.

9월 미리 발행한 은행채 상당수도 연 3%대 중후반~4%대 금리였다. 박 연구원은 20일 보고서에서 최근 주간 은행채 시장이 순상환으로 전환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산업은행채와 중소기업은행채가 순상환을 주도했고 시중은행채에서도 9월과 같은 집중 발행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봤다.

은행들은 양도성예금증서(CD)와 정기예금 유동화증권 등으로 조달 수단을 옮기고 있다. 박 연구원은 "은행권의 자금조달은 CD와 정기예금 유동화증권 등 단기 조달수단을 활용하는 모습이며 이에 따라 단기금리에는 상승 압력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상위 등급 채권의 공급 부담이 단기적으로 상당 부분 줄어 은행채 스프레드(국고채 대비 가산금리)는 고점에 근접한 것으로 판단했다.

2%대에 확보한 저금리 자금이 만기를 맞을수록 과거의 비용 절감 효과는 줄어든다.

올해 발행한 고정금리 은행채 가운데 만기가 내년 10월 이후인 물량은 신한은행이 6조18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표면금리는 3.75~4.32%다. 국민은행은 3조4600억원, 하나은행 2조6200억원, 우리은행은 1조2900억원이었다.

은행채만 놓고 보면 신한은행은 올해 장기 고정금리 조달 규모가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우리은행은 올해 장기 고정금리채 발행액이 적은 대신 기존 2%대 채권 가운데 2028년까지 남아 있는 물량이 상대적으로 많다. 예금과 CD 등을 포함한 전체 자금조달 전략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조달비용과 대출금리 사이의 시차는 금리가 내려가던 2024년에도 나타났다. 방향만 반대였다.

당시 대출금리는 시장금리 하락을 빠르게 반영했지만 과거 높은 금리로 조달한 예금과 채권 비용은 더디게 내려갔다. 국내 은행 순이자마진(NIM·대출 등에서 얻은 이자수익과 조달 과정에서 지급한 이자비용의 차이를 나타내는 수익성 지표)은 2024년 1.57%로 전년보다 0.08%p 하락했다.

지금은 반대로 과거 싸게 빌려둔 돈이 조달비용 상승 속도를 늦추고 있다. 하지만 34조6500억원에 달하는 2%대 고정금리 채권이 하나둘 만기를 맞을수록 이런 완충 효과도 줄어든다. 은행이 늘어난 비용을 대출금리에 반영하면 가계와 기업의 차입 비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5월26일 보고서에서 “5년물 금융채 금리는 4.24%를 기록”했다며 “은행들의 5년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7%대로 상승했고, 코픽스 금리 상승으로 변동형도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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