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화학이 인공지능(AI) 신약 개발의 무게중심을 후보물질 발굴에서 임상시험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확대하고 있다. 유망한 신약 후보를 빠르게 찾아내는 것만으로는 높은 임상 실패 위험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암 환자의 유전체와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를 AI로 분석해 치료 효과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군을 선별하는 정밀 항암 전략에 집중한다. AI 신약개발 경쟁이 연구 속도를 넘어 실제 치료 효과를 입증하는 단계로 확장되는 모양새다.
LG화학은 지난 20일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LG AI연구원, 미국 바이오 벤처캐피털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과 ‘2026 LG AI 바이오 콘퍼런스’를 열었다고 21일 밝혔다.
이날 손지웅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장은 “AI는 신약개발의 도구가 아닌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엔진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미래 신약개발의 경쟁력은 구조적으로 우수한 약(Right Drug)을 찾는 것에 그치지 않고, AI를 통해 치료 효과가 높을 환자(Right Patient)를 찾아내는 데 있다”고 말했다.
임상 개발 단계에서의 AI 활용 잠재력에 주목하면서, 정밀 항암 영역에서의 혁신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다.
항암제 임상시험에서는 같은 암종의 환자라도 유전자 변이나 종양의 특성에 따라 약물 반응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이 때문에 치료 효과가 기대되는 후보물질이라도 적합한 환자군을 선별하지 못하면 임상시험에서 충분한 유효성을 입증하기 어려울 수 있다. AI를 활용한 환자 선별이 주목받는 이유다.
LG화학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종양의 복잡한 생물학적 특성을 고려한 바이오마커 기반 환자 선별을 정교화하고, 치료 전략 수립 과정의 의사결정에 AI를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LG화학의 이번 전략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AI를 활용해 무엇을 개발하느냐보다 신약개발 과정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 하느냐에 있다.
기존 AI 신약 개발이 유망 후보물질을 빠르게 발굴하고 최적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LG화학은 AI 활용 범위를 임상시험 단계까지 확대하고 있다. 신약 후보 물질을 찾아내는 속도 외에 실제 치료 효과를 입증할 가능성을 높이는 데 무게를 두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LG화학은 AI를 활용해 암 환자의 유전자 변이와 종양 특성 등을 나타내는 바이오마커를 분석하고, 특정 항암제에 반응할 가능성이 높은 환자군을 선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임상시험의 효율성을 높이고 신약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패 위험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AI 신약개발의 경쟁이 ‘좋은 약’을 찾는 단계에서 ‘적합한 환자’를 찾아 치료 효과를 검증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AI 기반 환자 선별이 실제 임상 성공률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향후 임상 데이터로 입증해야 할 과제다.
LG화학이 추진 중인 개인맞춤형 mRNA 항암백신 개발도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회사는 환자별 암세포의 특성을 분석해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신항원을 예측하는 AI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환자마다 다른 암세포의 특성을 반영해 치료 표적을 찾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에 2027년 전임상시험을 거쳐 2029년 본격적인 임상 개발에 진입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다만 개인맞춤형 항암백신은 환자별 신항원 예측의 정확도뿐 아니라 실제 면역반응 유도 여부, 제조 공정의 효율성, 임상적인 유효성 등을 검증해야 한다는 점에서 상용화까지 넘어야 할 과제는 많다.
업계에서는 AI 신약개발의 경쟁력이 후보물질 발굴 속도뿐 아니라 임상시험의 불확실성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항암제 분야에서는 환자별 유전자 변이와 종양 특성이 치료 효과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AI를 활용한 정밀한 환자 선별이 신약개발의 효율성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AI가 예측한 치료 반응이 실제 임상 결과로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다. 바이오마커의 신뢰성과 환자 선별의 정확도를 검증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임상 성공률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는지도 입증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결국 LG화학의 AI 신약개발 전략 역시 기술 도입 자체보다 실제 임상 데이터와 상용화 성과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경쟁력을 가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더 많은 기사를 뉴스프리존에서 직접 확인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