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LNG 사업비, 최대 갑절 될 수도···"최대 난관은 고비용" 주의회 보고

알래스카 푸르도베이 유전 시설. (사진=EPA 연합뉴스)
알래스카 푸르도베이 유전 시설. (사진=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투자가 확정적이라 주장하며 압박하고 있는 미국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의 비용 추정이 아직 정확도가 가장 낮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실제 사업비가 기존 추정치의 최대 갑절까지 불어날 수 있다는 알래스카 주의회 자문 보고서 내용이 뒤늦게 확인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 LNG에 한국의 투자금 540억달러(약 71조7000억원) 유치를 기정사실화하며 중간선거에 활용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투자 여부를 아직 정하지 않았으며 사업성을 신중히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알래스카 주의회 예산·감사위원회(LB&A)가 에너지 컨설팅업체 개프니클라인(GaffneyCline)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받은 보고서 '알래스카 LNG 핵심 쟁점: 입법·정책 선택지'는 이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로 높은 건설비와 비용 상승 위험을 꼽았다. 이 보고서는 위원장 요청에 따라 주의회가 세제 혜택과 재정 지원 여부를 판단하는 데 참고하도록 작성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그동안 여러 차례 이뤄진 사업비 평가는 모두 ‘Class V’ 수준에 머물렀다. Class V는 미국비용공학회(AACE) 기준에서 가장 초기 단계의 타당성 검토에 쓰이는 추정이다. 실제 비용과의 오차가 -50%~+100%에 이를 만큼 부정확하다.

보고서가 기준으로 언급한 2022년 우드매켄지 추정치 440억달러에 이 범위를 적용하면 사업비는 220억~880억달러로 벌어진다. 최대 갑절까지 늘 수 있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세계 LNG 사업 경험에 비춰 실제 비용이 440억달러보다 높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비용 문제가 치명적인 이유는 사업 구조에 있다. 보고서는 아시아 판매가격을 백만영국열량단위(MMBtu·천연가스 열량 단위)당 11.05달러로 잡았다. 여기에 운송비 0.85달러, 노스슬로프 원료가스 1달러를 가정하면 아시아 도착가격의 84%가 가스 처리·파이프라인·액화 비용이라고 분석했다. 셋 모두 건설비에 비례하는 항목이다. 원료가스가 도착가격의 44%를 차지하는 미국 걸프만 사업과 달리, 알래스카는 가스값 비중이 9%에 불과하다. 그만큼 건설비가 곧 경쟁력이라는 얘기다.

보고서는 이 사업이 아직 기본설계(FEED) 단계에 이른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최종투자결정(FID) 수준의 추정조차 오차 범위가 -10%~+30%여서 FID 이후에도 비용 불확실성은 남는다.

작성 책임자인 니컬러스 풀퍼드 개프니클라인 가스·LNG 글로벌 총괄은 올해 1월23일 주 상원 자원위원회에서도 공개 자료만 놓고 보면 1단계 파이프라인조차 Class V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비용 부담이 누구에게 돌아가느냐도 쟁점이다. 보고서는 알래스카 남중부에 가스를 공급하는 1단계 파이프라인의 건설비 상승 위험을 현지 가스·전력 사업자, 파이프라인 지분 보유자, 시공사(EPC)가 나눠 지게 될 것으로 봤다. 사업자 글렌판(Glenfarne)이 조기 FID를 서두를 경우 주정부에 요금 보증이나 건설비 보전 같은 역할을 요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론부에서는 2028년 가동 목표를 맞추려면 주정부가 예산 편성권을 동원해 아직 규정되지도 않은 위험들을 떠안으라는 요구를 받을 수 있다고 짚었다.

금융비용 민감도도 제시했다. 사업비를 500억달러로 가정하고 60%인 300억달러를 연 6.5%에 빌리면 이자만 연 19억5000만달러, 20년 원리금은 연 27억달러에 이른다. 연방 대출보증으로 금리가 5%로 낮아지면 원리금이 연 24억달러로 줄어 MMBtu당 0.32달러를 아낄 수 있다고 계산했다. 현행 재산세를 그대로 적용하면 첫해에만 약 10억달러, MMBtu당 1달러 안팎의 부담이 생긴다고 봤다.

미국 알래스카 LNG 가스관 예정 위치. (그래픽=연합뉴스)
미국 알래스카 LNG 가스관 예정 위치. (그래픽=연합뉴스)

긍정적 요인도 담았다. 보고서는 아시아까지 짧은 운송 거리, 파나마운하·호르무즈해협 같은 병목을 피하는 항로, 저렴한 가스 자원, 수십년간 쌓인 설계·인허가 성과를 4대 강점으로 꼽았다. 미국 헨리허브(미국 천연가스 기준 가격)가 우드매켄지 전망대로 2030년 5달러, 2035년 6달러로 오르면 걸프만 LNG의 아시아 도착가격이 2.88달러 상승한다. 이는 알래스카 LNG 건설비가 40% 낮아지는 것과 비슷한 효과라고 분석했다.

구매 의향은 아직 구속력이 없다. 보고서는 대만 CPC와 태국 PTT가 각각 연 200만톤, 일본 JERA가 연 100만톤의 의향서(LOI)를 맺었고 도쿄가스와 포스코도 참여했다고 정리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12월1일 이를 주요조건합의서(HoA)로 격상했다. 연산 2000만톤 가운데 1200만톤이 비구속 약정 상태다. 업계에서는 LOI가 본계약으로 이어질 확률을 20~40%, HoA는 최대 80%로 본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보고서 이후 나온 수치들도 비용 상승 우려를 뒷받침한다. 글렌판은 사업비를 445억~545억달러로 추정했다. 항목별로는 파이프라인 132억~169억달러, 가스처리시설 77억~92억달러, 액화터미널 236억~284억달러다. 로이터는 지난 6월 주의회에 제출된 이 추정치를 연간 용량 100만톤당 22억~27억달러로 환산했다. 이는 지금까지 제안된 미국 LNG 수출 사업 가운데 가장 비싼 수준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승인된 미국 사업들은 대체로 100만톤당 10억달러 이하에 지어졌다. 주 세입부 이코노미스트 댄 스티클은 지난 5월 상원 재무위원회에서 기존 추정치가 100% 늘어날 수 있다고 증언했다. 세입부는 사업비 범위를 462억~924억달러로 제시했다.

다만 보고서의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도 있다. 개프니클라인이 LNG 설비를 공급하는 베이커휴스의 자회사여서 사업 성사 시 모회사가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지적이 현지 언론 기고에서 제기됐다. 개프니클라인은 보고서에서 이 관계를 밝히고 모회사의 영향 없이 독립적으로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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