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킹 사고로 최고경영자(CEO) 책임론이 커진 가운데 은행장 인사권과 통제 책임의 균형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금융당국은 그간 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의 역할 강화를 주문해 이미 추천권이 확보됐다.
여기에 더해 해킹 사고와 관련해 CEO의 내부통제 책임을 직접 묻기로 했다. 은행장이 내부통제 실패에 직접 책임을 져야 한다면, 선임·검증 단계에서 은행 이사회 권한도 커져야 할 수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그룹들은 해마다 자회사 CEO 승계 구조를 손질하고 있다. 자회사 인선이 지주 회장의 의중 중심이라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17조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대표이사 후보 등을 추천하고, 금융회사는 임추위 추천을 받은 사람 중에서 임원을 선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은행 임추위는 법적으로 은행장 후보 추천 주체인 셈이다.
하지만 그동안 지주 추천위원회가 후보군을 관리하고 압축했던 경우가 많았다. 최종 후보가 넘어오면 은행 임추위는 자격요건을 검증해 주주총회에 올렸다. 법상 추천권과 실제 영향력이 따로 놀았던 셈이다.
금융감독원도 2023년 12월 발표한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에서 CEO 선임·경영승계 절차의 실효성을 강조했으며, 최근에는 자회사 임추위의 실질적 역할 보장을 재차 주문하고 있다.
금융지주들도 올해 은행 임추위의 역할을 잇달아 넓히고 있다. 5대 은행장은 모두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된다.
신한금융은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먼저 지난달 21일 승계 절차를 시작했다. 지주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자경위)가 승계후보군을 심의 중이다. 올해부터는 신한은행 임추위도 후보군 정보를 받고 직접 후보를 추천할 수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달 30일 승계 절차에 착수했다. 이달 말까지 하나은행장 후보를 3명 이내 최종 후보군(숏리스트)으로 압축한다. 은행 임추위는 압축된 후보군에 의견을 낸다. 임추위원장은 최종 평가에도 참여한다. 최종 후보 1명은 12월 초 정해진다.
KB금융도 같은 날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열었다. 국민은행장 등 계열사 대표 후보 선정 기준을 논의했다. 후보군 검토는 통상 11월부터 12월 초까지 진행된다. 대추위 위원장은 통상 지주 회장이 맡는다. 이재근 차기 회장 내정자는 11월20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선임될 예정이다.
우리금융도 같은 날 은행장 승계 절차를 시작했다. 올해부터 은행 임추위의 경영성과 점검과 외부 전문기관 검증을 추가했다.
올해 은행 임추위의 참여 범위는 넓어졌다. 그러나 추천권 확대만으로 인사권에서 회장의 의중이 적어지고 투명성이 강화됐다고 보긴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해킹 사고는 이 논의에 불을 붙이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19일 국정감사에서 내부통제 관리의무와 관련해 CEO 책임을 다루는 첫 사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감에서 은행 임추위의 실질 추천권 확보 여부를 점검하라고 요구했다.
국감에선 은행장 인사에서 내부통제 능력을 따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적만 볼 게 아니라는 것이다.
내부통제의 책임을 지주와 은행 중 어느 수장이 지느냐에 따라서 관리 감독의 의무와 인사의 권한도 달라질 수 있다. 이에 따라 '누구를 추천하느냐'보다 '누가 후보를 탈락시키느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지주 회장의 의중을 줄이는 투명성 강화 방안으로는 여러가지가 거론된다. 지주가 은행 임추위 추천 후보를 숏리스트에서 뺄 땐 사유를 설명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최종 면접·평가에 은행 임추위원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도 나온다.
다만 주요 은행은 지주가 지분 100%를 가진 완전자회사다. 최종 후보 선택권을 지주가 쥐는 것 자체는 문제 삼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그룹 실적과 전략은 회장이 책임진다. 핵심 자회사 CEO 선임권을 지나치게 묶으면 책임경영이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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