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기아가 레벨4 자율주행 트럭을 상용화하려고 약 500km 구간의 실제 물류 환경에서 실증에 나선다.
현대차·기아는 경기 화성 남양기술연구소에서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업 마스오토·라이드플럭스와 ‘레벨4 자율주행 트럭 물류 운송 사업 실증’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20일 밝혔다.
현대차그룹이 운영하는 실제 물류 노선에 레벨4 자율주행 대형트럭을 투입해 차량 제어 기술과 자율주행 시스템의 연계 성능을 검증하고, 상용화에 필요한 실증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협약식에는 박상현 현대차·기아 상용LCM담당 부사장, 박철연 현대차 글로벌상용&LCV사업본부 전무, 박일수 마스오토 대표, 박중희 라이드플럭스 대표, 한규헌 현대글로비스 미래물류기술센터 상무, 남석윤 현대모비스 통합구매실 상무 등이 참석했다.
자율주행 기술은 미국자동차공학회(SAE) 기준에 따라 0~5단계로 나뉜다. 레벨3(조건부 자동화)는 시스템이 주행하다 위험 상황이 생기면 운전자에게 제어권을 넘기지만, 레벨4(고도 자동화)는 정해진 구간과 조건 안에서는 비상 상황까지 시스템이 스스로 대응한다. 운전자 개입이 필요 없어 사실상 무인 운행이 가능한 단계다.
레벨5는 장소·조건 제한 없이 모든 상황에서 시스템이 운전하는 완전 자동화를 뜻한다. 국토교통부도 레벨4를 비상시에도 시스템이 대응해 운전자 탑승이 필요 없는 단계로 규정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1대와 엑시언트 1대 등 실증 차량 2대 개발에 착수해 내년 초 제공한다. 엑시언트는 현대차의 대형트럭 브랜드로, 수소전기트럭 모델은 수소로 전기를 만들어 달리는 친환경 차량이다. 각 차량에는 자율주행 시스템과 연동하는 맞춤형 제어기와 차량 인터페이스가 적용된다. 마스오토와 라이드플럭스는 차량에 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하고,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기존 물류 노선을 활용해 실증 운영을 지원한다.
실증은 내년 말까지 두 구간, 총 약 500km에서 진행된다. 고속도로와 도심이 섞인 약 100km 구간과 고속도로 중심의 약 400km 장거리 구간이다. 도심 구간에서는 신호와 보행자 등 복잡한 교통 상황 대응 능력을, 장거리 구간에서는 장시간 연속 주행 안정성을 검증하게 된다. 그룹 부품사와 물류사가 실제 운영하는 노선을 활용하는 만큼 실증 결과를 그룹 물류 운영에 바로 반영할 수 있는 구조다.
현대차·기아는 실증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형트럭의 차량 제어와 안전 이중화 기술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안전 이중화는 일부 시스템에 이상이 생겨도 보조 시스템이 기능을 대신해 차량을 안전한 상태로 유지하는 기술로, 장거리·야간 운행이 많은 대형트럭 자율주행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자체 선행개발과 외부 전문기업 협업을 병행해 자율주행 시스템과 차량 제어 기술 간 연계 역량을 쌓고, 다양한 자율주행 시스템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 기술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박상현 현대차·기아 상용LCM담당 부사장은 “자율주행 트럭은 물류 운송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핵심 미래 모빌리티”라며 “이번 협력을 통해 실제 물류 환경에 필요한 차량 제어 기술과 운영 데이터를 확보하고, 레벨4 자율주행 대형트럭 상용화를 위한 기술 기반을 단계적으로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기아는 이달 1일 서울시와 레벨4 자율주행 시내버스 상용화와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특화 차량과 관제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버스에 이어 트럭까지 상용차 전반으로 자율주행 기술과 운영 역량을 넓히는 셈이다.
협력사들도 화물 자율주행 경험을 쌓아 왔다. 마스오토는 2023년 레벨3 시스템을 단 트럭으로 수도권과 영남권 물류센터를 잇는 간선 화물운송 실증을 시작했고, 미국 롱비치항에서 앨라배마·조지아의 현대모비스 공장까지 편도 3379km를 자율주행 트럭으로 운송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2027년 레벨4 자율주행 상용화를 목표로 내걸고 있다.

해외선 로보택시·무인 트럭 이미 달린다
해외에서는 레벨4 차량이 이미 상용 운행 중이다. 승용차는 로보택시(무인 택시)가 중심이다. 구글 자회사 웨이모는 재규어의 전기 SUV 'I-PACE'를 개조한 로보택시로 미국 10여개 도시에서 유료 운행하고 있다. 운행 대수는 약 3500대, 주간 유료 탑승은 올해 1분기 기준 약 50만건이다. 5월부터는 중국 지커가 만든 전용 차량 '오하이'도 일부 도시에 투입했다. 중국 바이두는 6세대 로보택시 '아폴로 RT6'로 세계 28개 도시에서 '아폴로 고' 서비스를 운영하며, 8월에는 두바이로도 무인 운행을 넓혔다. 현대차그룹도 미국 자회사 모셔널을 통해 아이오닉5 기반 로보택시를 올해 말 라스베이거스에서 상용화할 계획이다.
트럭은 미국이 앞서 있다. 오로라는 인터내셔널 'LT 시리즈' 트럭으로 텍사스 댈러스~라레도, 포트워스~애리조나 피닉스 구간 등에서 무인 화물 운송을 하고 있다. 누적 무인 주행거리는 50만마일(약 80만km)을 넘었고, 올해 말까지 무인 트럭 200대 이상을 운행하는 게 목표다. 볼보 'VNL 오토노머스'도 내년 1분기 투입된다. 코디악은 텍사스 퍼미안 분지에서 무인 트럭 35대(6월 말 기준)를 운영 중이다. 다만 개인이 구매하는 일반 승용차는 아직 레벨3 수준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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