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최대 탄약 제조업체 풍산이 지난 3분기부터 이어진 물류 적체 현상으로 인해 비상 경영 체제를 가동 중이다.
글로벌 방산 특수로 역대급 수주를 달성했으나, 중동 정세 악화로 포탄을 실어 나를 선박 확보에 차질을 빚으면서 공장 창고에 제품이 쌓이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군수품 수출은 국가 간 계약 특성상 생산자가 임의로 배송할 수 없고 엄격한 정부 안전 검사인 수락시험을 거쳐 연말까지 선적을 완료해야만 당해 연도 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20일 방위산업계 등에 따르면 풍산은 기업 가치를 좌우할 여러 대내외적 핵심 현안들로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사측이 막대한 추가 물류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올해 4분기 내에 수출 물량을 집중적으로 밀어내려는 배경에는, 오너 일가의 3세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시장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가 맞물려 있단 분석이 나온다.
현재 풍산그룹의 오너인 류진 회장이 언제까지 승계를 끝내겠다는 구체적인 목표 시기는 시장에 공식적으로 알려진 바 없으며 사측 역시 승계 계획에 관해 대외적인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유력한 후계자인 류진 회장의 장남이 미국 시민권자라는 점에서 향후 지분 상속 시 마주할 법적 규제 장벽에 대한 논의는 지속해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현행 대한민국 방위사업법상 국가 안보와 직결된 방산기업은 외국인이 실질적인 경영권을 소유하거나 지배할 수 없도록 법으로 금지한다.
이 때문에 지난 2010년 한국 국적을 포기한 장남이 일반 대기업처럼 지분을 넘겨받는 방식은 풍산에 법적으로 매우 까다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가 안보와 직결된 법적 규제가 실재하는 만큼, 향후 오너 3세가 경영권 승계의 당위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본업에서의 성과 창출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승계 논의가 수면 위로 부상한 올해 결산에서 사측이 공식 제시한 경영 목표를 입증해 내는 것이 향후 오너 3세의 경영 능력을 검증하는 첫 시험대이자 객관적 지표가 되고, 승계 당위성 논란을 상쇄할 명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향후 막대한 승계 재원 마련을 위해 주가 및 배당을 활용해야 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시장의 신뢰 확보를 통한 주가 방어는 중요한 축으로 꼽힌다.
시장의 불신을 해소하고 정당한 기업가치를 평가받기 위해서는 과거 1968년 창업 이래 중심축이었던 구리 가공 부문과 1973년부터 군 탄약 공급을 도맡아온 방산 부문의 철저한 실적 관리가 요구된다.
이와 함께 지난 7월 경북 안동시와의 투자 양해각서 체결로 공식화된 레저 신사업의 불확실성을 걷어내는 것 또한 당면 과제로 보인다.
하나증권 등 증권가에서는 올해 글로벌 구리 가격 상승에 따른 신동(구리 가공) 부문의 호조와 유럽·중동향 방산 수출의 증가가 맞물리면서, 풍산이 지난 2024년 달성했던 사상 최대 연간 매출액(4조5544억원)과 영업이익(3237억원)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도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풍산이 연초 시장에 제시했던 3분기 방산 매출 목표치(4153억원)의 달성이 물류 차질로 인해 지연됐다는 점이다.
이는 전 세계적인 해운 선복량 부족과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 등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전쟁 특수로 포탄 운송 수요가 폭증하는 흐름 속에서 사측이 포탄 수송을 위한 특수 선박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거나 물류망을 다변화하는 노력이 다소 미흡했단 아쉬움도 제기된다.
글로벌 해운업체 한 관계자는 “포탄 같은 위험물은 배 구하기가 원래 까다롭다지만, 글로벌 전쟁 특수로 물류 대란이 예견된 상황에서 기존 루트만 고집하다가 선사 제휴나 채널 다변화 타이밍을 놓친 건 실책”이라고 짚었다.
풍산으로선 상반기와 3분기 누적 진도율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남은 4분기 동안 대규모 몰아치기 납품을 성공시켜야만, 앞서 제시한 연간 방산 매출 목표치인 1조3720억원을 겨우 맞출 수 있는 구조에 직면한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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