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글로벌 로봇 최강국 되려면
정교한 손,엑튜에이이터 원천기술과
데이터 축적,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AI는 이제 사람과 대화하며 문제 해결을 돕는 데 그치지 않는다. 보고, 움직이고, 물건을 다루며 현실세계와 상호작용하는 '피지컬 AI'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화제의 중심에는 휴머노이드가 있다. 미국에서는 피규어(Figure)와 앱트로닉(Apptronik) 같은 기업에 대규모 투자가 몰리고 있고, 중국에서는 150여개 기업이 휴머노이드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대차그룹도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생산현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휴머노이드가 주목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인간의 몸을 기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생활공간뿐만 아니라 산업현장도 대부분 사람에게 맞춰져 있다. 기존 환경을 크게 바꾸지 않고 사람의 일을 하려면 인간과 비슷한 몸을 가진 로봇이 유리하다. 하나의 로봇이 여러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범용성도 매력적이다.
장기적으로 휴머노이드에 투자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정교한 손과 안정적인 이동능력, 인간과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하는 지능을 갖추게 된다면 산업현장뿐 아니라 가사, 돌봄, 서비스 등 거대한 시장이 열릴 수 있다.
그러나 피지컬 AI를 휴머노이드와 동일시해서는 곤란하다. 인간의 몸은 오랜 진화가 만든 생물학적 결과이지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설계된 기계가 아니다. 평평한 공장에서는 두 다리로 균형을 잡기보다 바퀴가 효율적일 수 있다. 한자리에서 반복 작업을 한다면 몸통과 다리가 없는 로봇팔이 더 좋을 수 있다. 위험지역을 순찰하려면 사족보행 로봇이, 대량의 자재를 옮긴다면 자율주행 차량이 더 적합할 수 있다.
실제 산업현장에서는 이미 이런 산업용 로봇이 널리 쓰이고 있다. 2024년 기준 세계 공장에 새로 설치된 산업용 로봇은 54만대가 넘었고, 가동 중인 로봇은 약 466만대에 달한다. 전문 서비스로봇에서도 가장 큰 시장은 사람 형태가 아닌 물류·운송 로봇이다. 아마존은 물류망에 100만대 이상을 운영하고 있으며, 광산에서는 대형 자율주행 트럭이 이미 수십억톤의 자재를 운반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역시 아직 넘어야 할 벽이 높다. 국제로봇연맹은 산업현장에서 휴머노이드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신뢰성뿐 아니라 작업속도, 에너지 소비, 유지비, 안전성에서 기존 자동화 설비와 경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휴머노이드에 막대한 투자가 몰리는 중국은 전 세계 산업용 로봇 신규 설치의 54%를 차지했지만, 그 대부분 역시 휴머노이드가 아닌 산업용 로봇이다.
우리 정부는 '피지컬 AI 글로벌 1강'을 목표로 내걸었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노동자 1만명당 산업용 로봇이 1200대를 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밀도를 갖고 있다. 자동차와 반도체, 조선, 배터리, 물류 등 피지컬 AI를 실제로 적용할 산업현장도 풍부하다. 그렇다면 산업 AX의 초점을 휴머노이드에 맞추는 것이 맞을까.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기존 현장에 로봇을 넣는다면 휴머노이드는 좋은 해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AI와 자동화를 전제로 공정 전체를 다시 설계하고 사람이 컨트롤타워 역할만 한다면 휴머노이드가 필요할 이유도 줄어든다.
자율주행차에 사람 모양의 로봇 운전자가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자율주행 AI의 몸은 자동차 그 자체다. 더 효율적인 해법이 가능하다면 굳이 인간의 형태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우리의 전략도 두 개의 시간표로 가야 한다. 범용 휴머노이드와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정교한 손과 액추에이터 같은 원천기술에는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동시에 당장의 산업 AX는 현장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하는 피지컬 AI를 빠르게 개발하고 실증해야 한다.
AI의 지능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는 인간을 닮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나 AI의 몸까지 사람을 닮을 필요는 없다. 몸을 먼저 정하고 할 일을 찾을 것이 아니라, 문제를 먼저 찾고 가장 적합한 몸을 만들어야 한다.
피지컬 AI 시대의 승자는 가장 많은 산업의 문제에 가장 적합한 몸을 가진 AI를 배치하는 나라가 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