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뒤 뉴욕 대기서 석면·벤젠…17만쪽 문건 25년 만에 공개

테러 10개월 뒤 800m 밖서도 검출…당시 당국은 "공기 안전" 반복

맘다니 "투명성·책임성 최소한의 의무"…피해자 추가 소송 가능성도

2001년 9월 11일 뉴욕 세계무역센터(WTC) 붕괴 당시 자료사진
[AFP=연합뉴스. DB 및 재판매 금지]

(뉴욕=연합뉴스) 임수정 특파원 = 2001년 9·11 테러 이후 뉴욕시가 세계무역센터(WTC) 일대의 유해한 대기오염 상황을 충분히 알면서도 시민들에게는 안전하다고 알렸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방대한 문건이 25년 만에 공개됐다.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은 테러 25주기를 맞아 8일(현지시간) 옛 세계무역센터(WTC) 부지 주변의 대기질과 오염 상황, 시 당국 대응 등이 담긴 17만쪽 이상의 문건을 온라인으로 공개했다.

이 자료들은 시청 사무실의 상자 68개에 담긴 채 20년 넘게 공개되지 않았으며 지난해 발견됐다고 시 당국은 밝혔다.

2001년 11월 작성된 감사보고서에는 발암물질인 벤젠의 공기 중 농도가 쌍둥이 빌딩 터 인근에서 계속 급증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9·11 테러 이후 WTC 잔해가 대거 반입된 스태튼아일랜드 프레시킬스 매립지에서도 공기 중 석면 농도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자료에 따르면 사건 발생 10개월이 지난 2002년 7월에도 WTC에서 최대 0.5마일(약 800m) 떨어진 곳에서 석면 흔적이 발견됐다.

시와 연방 환경보호청(EPA), 민간 연구소의 측정 자료에서는 로어맨해튼 곳곳의 먼지와 공기 중에서 석면 등 오염물질이 검출됐으며 일부는 허용 기준치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당시 시와 연방 당국은 대체로 대기질이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루디 줄리아니 당시 뉴욕시장은 2001년 10월 말 "냄새를 맡으면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지만, 내가 전달받은 바로는 건강에 위험하지 않다고 한다"고 말했다.

후임인 마이클 블룸버그 당시 시장도 이듬해 2월 "실시된 모든 검사에서 대기질이 허용 가능한 범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문건에는 9·11 직후 뉴욕시가 독성물질 노출 등에 따른 최대 수만건의 피해 소송 가능성을 내부적으로 검토한 이른바 '하딩 메모'도 일부 포함됐다.

NYT는 이번 기록들이 그라운드제로 일대가 충분히 안전해지기 전에 시민들에게 복귀하도록 안내가 이뤄져 주민과 근로자들이 유해 물질에 노출됐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전했다.

9·11 헬스 워치의 벤 셰밧 사무총장은 문건들이 시 당국자들이 대중에게 공기가 "안전하고 허용 가능한 수준"이라고 알리면서도 유독 화학물질의 위험을 알고 있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맘다니 시장은 "끔찍한 9·11 테러로 삶이 영원히 바뀐 유가족과 생존자, 최초 대응자들에게 우리 시가 져야 할 최소한의 의무는 투명성과 책임성"이라고 밝혔다.

맘다니 뉴욕시장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청에서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이 9·11 테러 관련 문건 공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DB 및 재판매 금지]

이번 자료는 9·11 이후 질병을 얻은 생존자와 구조·복구 인력 등이 연방 피해자 보상기금을 신청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반대로 뉴욕시 입장에서는 새로운 소송이나 기존 소송의 청구 확대에 직면할 수 있다.

시는 문건 공개 작업에 3천400만달러의 예산을 배정했으며 향후 1년에 걸쳐 시와 보험사 사무실 등에서 발견된 관련 자료를 추가 공개할 계획이다.

NYT는 9·11 당일 숨진 약 3천명보다 이후 테러 관련 질병으로 사망한 사람이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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