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호주 경찰에 체포까지...비위행위 정도 매우 중해”

귀국 편 운항을 앞두고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문제로 기장과 말다툼 끝에 주먹다짐을 한 대한항공 부기장에 대한 회사의 해고 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이상덕 부장판사)는 최근 대한항공 전 부기장 A 씨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 씨와 기장 B·C 씨는 2024년 12월 18일 인천에서 호주 브리즈번으로 향하는 항공편을 운항한 뒤 현지에 체류했다. 이들은 다음 귀국 편 운항을 앞두고 호텔 객실에 모여 와인을 마셨다. 세 사람은 오후 3시부터 약 4시간 동안 와인 6병 이상을 나눠 마신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술자리에서 윤 전 대통령 탄핵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시작됐다.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던 A 씨와 반대 입장이던 B 씨 사이에 언쟁이 벌어졌고, 결국 몸싸움으로 번졌다.
호텔 복도 폐쇄회로(CC)TV에는 당시 상황을 담은 음성이 녹음됐다. B 씨가 “야, 사람을 쳐?”라고 말하자 A 씨는 “나는 탄핵 반대”라고 했다. 이어 B 씨가 “일로 와! 이 새끼!”라고 거듭 소리치자 A 씨도 “XX새끼 죽여”라고 맞받았고, 곧이어 집기가 깨지는 소리가 녹음됐다.
재판부는 CCTV 음성과 객실 사진 등을 토대로 A 씨가 먼저 B 씨를 때린 뒤 상호 폭행으로 번졌다고 판단했다. 몸싸움 과정에서 B 씨는 객실 내 물체에 부딪혀 이마가 약 6㎝ 찢어졌고,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소동은 경찰이 출동한 뒤에도 계속됐다. A 씨는 폭행 사건 직후 현장을 찾은 호텔 직원에게 욕설을 했고, 호주 경찰에 체포된 뒤에도 경찰관을 깨물려고 하거나 유치장 벽을 타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A 씨는 체포된 지 약 30분 만에 풀려났다.
당시 대한항공은 이들이 예정됐던 브리즈번발 인천행 항공편을 운항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보고, 대체 기장과 부기장을 긴급 투입했다. 이 과정에서 항공기 출발은 약 52분 늦어졌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2월 △상호 폭행 △해외 체류 중 과도한 음주 △호텔 직원 및 경찰관에 대한 부적절한 언행 등을 이유로 A 씨를 징계해고했다. B 씨 역시 상호 폭행 등을 이유로 면직됐고, C 씨에게는 해외 체류 중 과도한 음주를 이유로 정직 3개월 처분이 내려졌다.
A 씨는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지만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노위는 모두 징계 사유와 징계 수위가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A 씨는 중노위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냈다.
그러나 법원 역시 해고 처분이 과도하지 않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고는 과도한 음주를 한 상태에서 대통령 탄핵에 관한 의견 차이로 언쟁을 하다 상급자인 B 기장을 폭행했고, 그로 인해 호주 경찰에 체포까지 당하는 등 그 비위행위의 정도가 매우 중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기장·부기장과 같은 운항승무원은 항공기의 안전한 운항을 담당하는 핵심 인력으로서 다른 직군들보다 높은 수준의 신뢰 관계가 요구된다”며 “원고는 해외체류 중 무절제한 음주, 폭행, 난동으로 인해 운항승무원으로서의 기본적 업무인 귀국 항공편 운항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 씨와 회사 사이의 신뢰 관계가 이미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