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세 극히 심각"…왕실 구성원 속속 병상 곁에, 총리는 독일행 취소
재위 35년 동안 통합적 행보로 높은 인기 누려…국민 ⅔ 군주제 지지

27일 노르웨이 오슬로의 왕궁 앞 광장에 시민 수백 명이 모여 헌화를 하며 하랄 5세의 쾌유를 기원했다. [EPA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89세로 유럽 최고령 군주인 하랄 5세의 병세가 매우 위중한 상황이라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노르웨이 왕실은 27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혈액 내 세균 감염으로 입원 치료 중인 하랄 5세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했으며, 현재 "극히 심각한" 상태라고 밝혔다.
왕실은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하랄 5세의 장남 호콘 왕세자, 하랄 5세의 부인인 소냐 왕비 등 왕실 구성원이 모든 공식 일정을 취소했다고 덧붙였다.
노르웨이 언론에 따르면, 하랄 5세가 입원 중인 오슬로 대학병원에는 호콘 왕세자(53)와 소냐 왕비(88)를 비롯한 왕실 주요 구성원들이 속속 도착해 병상을 지키는 등 긴박감이 흐르고 있다.
왕실의 처소인 오슬로 왕궁 앞과 다른 주요 도시 중심가에도 시민 수백 명이 모여 하랄 5세의 상태에 대한 추가 소식을 초조히 기다리며 쾌유를 기원하는 헌화를 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도 국왕의 상태를 고려해 이날 예정돼 있던 독일 방문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스퇴르 총리는 성명을 내고 "국민 모두와 함께 국왕과 왕실 가족에게 따뜻한 응원을 전한다"고 밝혔다.
마수드 가라크하니 노르웨이 국회의장 역시 아이슬란드 공식 방문 일정을 중단하고 귀환 중이고, 한국을 방문 중인 의회 외교·국방위원회 위원들도 곧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적혈구가 비정상적으로 파괴돼 쉽게 피곤해지고 숨이 차며 얼굴이 창백해지는 용혈성 빈혈을 앓아온 하랄 5세는 코르티손 호르몬 치료에 따른 체내 체액 축적 증상으로 지난 17일부터 오슬로 국립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 왔다.
1991년 왕위에 올라 36년째 재위 중인 하랄 5세는 최근 건강 문제로 여러 차례 병원 신세를 졌다. 2024년 말레이시아 랑카위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현지 병원에 입원해 심장박동기 이식 수술을 받은 그는 올해 2월에는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에서 휴가를 즐기던 중 피부 감염과 탈수증으로 현지 병원에 입원했다.
그는 이처럼 크고 작은 건강 문제에 시달리면서 최근에는 공식 활동을 줄이긴 했으나, 의회에서 '평생 서약'을 했다며 호콘 왕세자에게 양위하지 않은 채 왕위를 지켜왔다.
하랄 5세는 정치적인 권한은 없지만, 자연재해나 테러 등 국가적 애도 시기에 늘 국민을 직접 만나 위로하는 등 통합적인 행보로 국가의 구심적 역할을 톡톡히 하며 높은 국민적 인기를 누려 왔다.
올 초 호콘 왕세자의 아내인 메테마리트 왕세자빈이 희대의 미국인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틴과 과거 친밀하게 교류한 정황이 드러나며 국민적 지탄을 받는 등 왕실이 전례없는 추문에 휩싸였지만, 노르웨이 국민 대다수가 여전히 군주제를 지지하고 있는 것은 하랄 5세의 이런 면모에 힘입은 바가 크다는 분석이다.
지난 5월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 3명 중 2명꼴로 군주제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