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게해의 앙숙' 양국, 키프로스 갈등 속 또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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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그리스가 튀르키예 코앞 로도스섬에 군용 무인항공기(UAV·드론) 운용을 위한 새 기지를 짓기로 하자 튀르키예가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24일(현지시간) 그리스 일간 타네아 보도에 따르면 그리스군 지도부는 에게헤 동남쪽 로도스섬의 마리차 비행장에 V-BAT 드론 배치를 위해 필요한 건설 자재를 공급하는 계약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로도스섬은 스키로스섬에 이어 그리스군의 두 번째 드론 기지를 갖추게 된다고 타네아는 설명했다. 미국 방위산업체 실드AI가 개발한 MQ-35 V-BAT는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다목적 드론이다.
타네아는 "이런 정책은 동부 에게해 섬들의 비무장화를 주장하며 끊임없이 도발적인 발언을 쏟아내는 튀르키예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단호히 추진되고 있다"고 해설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동지중해의 분단된 섬나라 키프로스에 대한 영향력 등을 둘러싸고 그리스와 튀르키예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왔다.
로도스는 수도 아테네가 있는 그리스 본토보다 튀르키예 서남부 이즈미르, 보드룸 등에 훨씬 더 바짝 붙어있는 섬이다. 아나톨리아반도의 튀르키예 영토 가장 가까운 곳까지 불과 18㎞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튀르키예 국방부의 제키 악튀르크 대변인은 27일 브리핑에서 "로도스섬의 비무장지대 지위는 국제 조약에 명확하고 구속력 있게 규정돼있다"며 "이 지위를 위반하려는 어떤 시도도 국제법에 따른 그리스의 의무와 양립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악튀르크 대변인은 "이런 맥락에서 로도스에 UAV 기지를 세우려는 움직임은 비무장지대 지위를 침해하며, 에게해의 평화와 안정은 물론 우호적인 이웃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튀르키예는 국익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행동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리스와 튀르키예 모두 서방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지만 '에게해의 앙숙'이라고 불릴 정도로 오랫동안 해양 관할권과 천연자원 개발을 놓고 부딪혀왔다.
게오르그 게라페트리티스 그리스 외무장관은 올해 초 "에게해를 포함해 영해의 추가 확장이 예상된다"며 튀르키예를 자극한 바 있다. 튀르키예는 수시로 에게해에 드론과 전투기를 출격시키며 그리스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제1차 세계대전 후 영토 분쟁을 해결하고자 양국이 1923년 체결한 로잔 조약이 남긴 불씨가 있다.
이스탄불을 포함한 동트라키아 지역은 튀르키예 영토로, 에게해의 섬들은 그리스 영토로 하는 것이 이 조약의 골자다. 근래 들어 이 일대에서 천연가스와 석유가 발견되면서 배타적경제수역(EEZ)과 자원 개발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이 커졌다.
또 1974년 발생한 키프로스 쿠데타와 분단 사태로 양국 사이에 골이 깊어졌다. 당시 키프로스에서 그리스가 지원한 쿠데타가 터지자 이에 반발한 튀르키예군이 북부를 점령하면서 나라가 분단됐다. 현재 남부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키프로스공화국, 북부는 미승인국 북키프로스튀르크공화국으로 나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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