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네덜란드 등 6개국, EU 장기예산 대폭 축소 촉구

"재정 건전화, EU도 예외 없어…안보·경쟁력 위주로 재편해야"

기자회견 하는 오스트리아, 덴마크, 독일, 핀란드 정상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독일과 네덜란드, 덴마크 등 재정이 비교적 건전한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2조 유로(약 3천220조원)에 육박하는 EU 장기 예산안에서 수천억 유로를 줄이자고 촉구했다.

27일(현지시간) AFP,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이날 베를린에서 오스트리아, 덴마크, 핀란드 정상을 맞이해 회의를 열었다. 네덜란드와 스웨덴 정상은 영상으로 참석했다.

이번 회담은 EU 2028∼2034년 예산안을 둘러싸고 27개 회원국 간 험난한 협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들 국가가 공동의 메시지를 내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메르츠 총리는 EU 집행위원회가 제시한 사상 최대 규모 예산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대폭 삭감을 요구해 왔다.

이들 6개국 정상은 이날 공동 성명에서 "2조 유로에 육박하는 예산안은 균형 잡힌 방식으로 수천억 유로 줄여야 한다"며 "사실상 모든 회원국이 고통스러운 재정 건전화에 나선 때 EU 예산도 예외일 순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른바 '다년도 지출계획'(MFF)은 국방·안보와 경쟁력, 이민, 주권 등 '공유된 우선순위'에 따라 짜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메르츠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인색한 게 아니라, 집행위가 제안한 자금 배분이 현시대에 맞지 않을 뿐"이라며 "우리는 현실주의와 개혁을 원한다"고 말했다.

메르츠 총리는 이들 6개국이 EU 예산의 약 40%와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대부분을 부담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들 국가는 전통적으로 이탈리아와 스페인, 폴란드 등 더 큰 규모의 예산을 지지하는 회원국들과 대립해 왔으며, 러시아로부터 위협이 늘어난 만큼 방위 지출 비중을 높이고 미·중에 맞서 유럽 경쟁력 강화에 지출을 늘리기를 바라고 있다.

이들 6개국은 이날 공동 성명에서 "EU 기관들이 현재의 인력 수준에서 업무를 효율적으로 조직하기를 기대한다"며 EU 인력 증원 계획에도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예산안에 대한 회원국 지지를 타진하려 회원국들을 순방하고 있다.

EU는 내년 프랑스를 비롯한 주요 회원국에 선거가 치러지기 전에 예산안에 합의하기를 바라고 있다. 유럽에서 극우 세력이 득세한 터라 정권 교체 후에 협상 구도가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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