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년만에 병역거부자 '해고 족쇄' 헌법불합치…'반쪽짜리' 평가도

인권위 권고에도 국회 묵묵부답이었는데…2028년까지 개정해야

9년간 329명 해고…'소명절차 제공하라'는 취지 결정에 우려 교차

'평화 선택한 자의 생계를 빼앗지 마라'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한베평화재단의 평화활동가 '두부'로 활동하는 김민형 씨(오른쪽)가 7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병무청의 병역거부자 해직 요구 인권침해 문제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기자회견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한베평화재단, 두부 병역거부 후원회, 전쟁없는세상은 이날 서울지방병무청이 김 씨가 병역거부를 했다는 이유로 김 씨의 근무지인 한베평화재단에 해직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2026.7.7 jieunlee@yna.co.kr

(서울=연합뉴스) 조현영 기자 = 1962년 5·16 군사정변 직후 만들어져 64년간 병역 거부자들을 해고로 내몰던 현행 병역법 76조 1항이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새국면을 맞았다.

하지만, 헌재 결정 취지가 해고 조항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정당성을 따지기 위한 소명기회를 부여하라는 것이어서 당사자들 사이에서는 '반쪽짜리 결정'이란 평가도 나온다.

27일 헌법재판소는 정당한 사유 여부를 따지지 않고 고용주가 병역 거부자를 일괄 해고하도록 한 현행 병역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병역법 해당 조항은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장, 고용주는 병역 기피자를 공무원이나 임직원으로 임용·채용할 수 없고, 재직 중이면 해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병역 기피를 근절하기 위해 처음 도입된 이 법은 제재 대상 고용주의 범위를 넓히고 대체복무 이탈자의 취업도 제한하는 등 점차 강화됐다.

연합뉴스가 병무청에 정보공개청구를 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병무청은 2017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병역 거부자 329명 직장에 '해직 요구 공문'을 보냈다.

고용주도 공문을 받으면 해고할 수밖에 없었다.

해고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200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기 때문이다. 이를 감당할 고용주는 사실상 없다.

일부 병역 거부자들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인정받았음에도 대체복무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가전 전문 대기업, 중견 건설사 등에서 안정적으로 일하다 해고됐다.

이후에는 청소·세차 아르바이트 등 불안정한 일자리로 밀려났다. 법적으로 당연히 받을 수 있는 실업급여조차 거절당한 사례도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4년과 2016년 두 차례 병역법 개정을 권고했지만, 병역 문제에 민감한 여론에 밀려 국회는 묵묵부답이었다.

이날 헌재 결정으로 국회는 2028년 2월 29일까지 해당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헌재 헌법소원 선고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27일 종로구 헌재에서 김상환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헌법소원 선고를 앞두고 자리에 앉아 있다. 2026.8.27 hama@yna.co.kr

병역 거부자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환영과 우려의 분위기가 교차한다.

병역을 거부한 시민단체 한베평화재단의 '두부'(활동명) 활동가는 연합뉴스에 "인권위 등에서 문제라고 지적했음에도 바뀌지 않는 것이 야속했는데 너무 다행"이라며 "이미 해고를 당한 사람에 대한 보상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베평화재단은 헌재 결정 직후 성명서를 통해 "국회는 더이상 개정을 미뤄서는 안 된다"며 "1962년의 법이 2026년의 시민에게 '그를 해직하라'고 명령하는 현실을 이제 끝낼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는 병역의무 이행을 명분으로 개인의 직업과 생계를 일률적으로 박탈해서는 안 되고, 고용주에게 해직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그 책임을 떠넘겨서도 안 된다"며 병무청은 즉각 해직을 강요하는 법 집행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개정의 물꼬가 트인 것은 다행이지만, 소명 절차가 없는 부분이 위헌이라는 게 헌재 논리이기 때문에 '반쪽짜리 결정'이라고 우려한다.

임재성 변호사는 "결국 병무청이 소명 절차를 마련해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하면 계속 해고 요구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병역법에 근거해 해직 요구 공문을 보냈을 뿐이라는 입장을 유지하던 병무청이 향후 어떤 방침을 내릴지 주목되는 이유다.

임 변호사는 위헌 소지가 충분함에도 수십년간 관련 논의가 차일피일 미뤄진 건 법의 적용 대상이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약자였기 때문이라고도 설명했다.

아울러 개정 기한을 2028년 2월까지로 길게 두긴 했지만, 헌재가 국가 안보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소극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음에도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데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병역법 76조에 대한 또 다른 헌법소원을 진행 중인 김진우 변호사는 "기한까지 개정하지 않으면 처분의 근거 규정이 사라진다"며 "위헌성이 확인된 만큼 입법자는 적극적으로 (개정 작업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를 향한 법 개정 촉구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hyun0@yna.co.kr

조회 559 스크랩 0 공유 0
댓글 3
댓글 정렬 옵션 선택
    댓글 리스트
  • 한마음#j2IZ
    2026.08.2719:56
    병역거부가 타당하다는 것인가 대한민국은 누가 지키나 복무 후 자기 갈길은 알아서 간다
전체 댓글 보러가기 (3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