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뒤 여장한 채 피해자 흉내…경찰, 사이코패스 진단 검토

(대구=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경산 中유학생 살해피의자가 27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대구지방법원을 떠나고 있다. 2026.8.27 mtkht@yna.co.kr
(경산=연합뉴스) 황수빈 기자 = 경북 경산에서 중국인 유학생 A(25)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전국 각지에 유기한 중국 국적 시간강사 정모(31)씨의 범행 전후 모습이 주거지 인근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정씨는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힘든 잔혹한 범행을 저질렀음에도 피해자를 흉내 내며 경찰 수사에 혼선을 주거나 주거지 인근 쓰레기장에 무언가 담긴 비닐봉지를 버리는 등 평온한 모습이었다.

(경산=연합뉴스) 황수빈 기자 = 지난 20일 오후 10시 30분께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여장한 채 주거지를 빠져나오는 경산 중국인 유학생 살해 피의자 모습. 2026.8.27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hsb@yna.co.kr
27일 연합뉴스가 피의자 정씨 주거지 인근 주민의 동의를 얻어 확보한 CCTV 영상에 따르면 정씨와 피해자 A씨의 모습이 처음 포착된 것은 지난 20일 오전 2시께.
당시 A씨는 캐리어를 끌며 정씨의 주거지로 향했다. 이후 A씨는 정씨와 만나 함께 주거지로 들어갔다. 당시 정씨가 건물로 들어간 뒤 A씨가 곧바로 따라 들어가는 등 강압적인 모습은 없어 보였다.
정씨의 모습이 CCTV에 다시 포착된 건 이날 오후 10시 30분께.
정씨가 경찰에서 A씨를 살해한 시간이라고 실토한 것보다 20시간이 지난 시점이다.
그는 자신이 피해자 A씨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치마를 입고 모자·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린 상태였다.
그는 캐리어를 끌며 주거지를 빠져나온 뒤 동대구역으로 이동해 피해자의 휴대전화 전원을 끄는 등 수사에 혼선을 줬다.
이후 약 2시간이 지난 자정쯤 정씨는 후드티 등 다른 옷으로 갈아입은 채 주거지로 다시 돌아왔다. 집을 나설 때는 여성복 차림이었지만, 돌아올 때는 완전한 남성복 차림이었다.

[촬영 황수빈]
귀가한 정씨가 잔혹한 범행을 저질렀음에도 태연히 일상생활을 이어가는 모습도 영상에 생생히 담겼다.
정씨는 지난 21일 오후 2시 20분께 다시 한번 주거지를 빠져나왔다.
해당 시각은 정씨가 A씨를 자신의 주거지 내에서 살해했다고 진술한 시간대로부터 하루 뒤이자 경찰에 허위 실종신고를 하기 수 시간 전이었다.
CCTV에 포착된 정씨는 검은색 상·하의에 하얀색 운동화를 신고 주거지에서 나오는 모습이었다.
한 손에는 축구공 2개 크기의 물체가 담긴 검정색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고 다른 손으로는 휴대전화를 조작하고 있었다.
이후 해당 비닐봉지를 주거지에서 수십미터 떨어진 쓰레기장에 버렸으며 다시 주거지 방향으로 발길을 돌렸다.
해당 지역의 쓰레기는 청소업체가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수거해 지역 소각장에서 처리한다.
이 때문에 정씨가 버린 비닐봉지는 청소업체가 수거해갔을 가능성이 크다.
정씨는 A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여기저기에 유기했다고 밝힌 점 등으로 미뤄 범행 도구가 아니냐는 분석도 가능한 대목이다.
실제로 경찰은 정씨가 범행과 관련된 물적 증거를 버렸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소각장 등에서 수색을 실시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러한 정씨의 상식을 벗어난 여러 정황을 고려해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를 검토 중이다.
정씨는 조사 과정에서 범행동기로 연인관계였던 A씨와 갈등이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피해자가 숨진 상황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을 했을 가능성을 고려해 휴대전화 포렌식 등 보강 수사를 벌이고 있다.
hsb@yna.co.kr